저출생 부르는 성차별과
장시간·불안정 노동 구조 등 언급 없어
대신 “불필요한 과잉 경쟁” 해소 강조
‘늘봄학교’ 확대 우려에도 자신만만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구조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2024년 신년사에서 저출생 위기 해소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저출생의 근본 원인인 성차별과 장시간·불안정 노동 구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생 위기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중요한 국정 목표인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저출생 위기의 원인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이며, 성평등 정책 없인 해결도 어렵다고 강조한다. 결혼·출산·양육이 일과 삶의 균형을 파괴하는 경험이 아닌,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도 강조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 신년사에 ‘여성’이나 ‘(양)성평등’ 언급은 빠졌다. 관련 비전 제시도 없었다. 대신 “불필요한 과잉 경쟁”이란 추상적 표현이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훌륭한 교육정책, 돌봄정책, 복지정책, 주거정책, 고용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20여 년 이상의 경험으로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인 ‘늘봄학교’(전일제학교) 사업 추진 의지도 되새겼다.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 외 돌봄을 제공한다. 그러나 시범 사업 기간 예산·인력·공간 등 충분한 인프라 없는 졸속 도입, 수요 부족에 ‘아동 방임’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이러한 우려에 답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여 부모님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덜어드리고, 아이들은 재미있고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누리게 하겠다”고만 했다.

지난달 정부는 결혼·출산 시 3억원까지 증여세를 완화하는 상속증여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부자만 혜택’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통계청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0.68명이다. 인구 쇼크가 코앞인데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획기적인 정책, 평범한 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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