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출범
취임사에 ‘여성’ 없고 적에 ’개딸‘ 언급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한동훈 체제의 국민의힘’이 닻을 올렸다.  4·10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두고 집권당 리더를 맡은 ‘정치 초년생’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여성의 지지, 중도 확장 등 국민의힘이 떠안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보호할 국민에 ‘여성’ 없어

한 비대위원장은 1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운동권 세력, 개딸(이재명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여성들) 전체주의와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추구할 주요 정책으로 △인구재앙이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응하는 정교한 정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 △서민과 약자를 돕는 정책 △과학기술과 산업혁신을 가속화하는 정책 △자본시장이 민간의 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정부는 빈틈없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 △한미공조 등 세계질서 속 국익 지키는 정책 △명분과 실리 모두 갖는 대북정책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동료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신가.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 때다”라며 비대위를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국민’, ‘동료시민’ 등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청년·어르신·서민 등을 보호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공동체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여기에 ‘여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여성의 삶을 개선하겠다거나 성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발언은 빠져있다. 취임사에서 사용된 여성 관련 표현은 ‘개딸’이 유일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인재 소식 없는 비대위 

한 비대위원장이 외연 확장을 위해 청년 및 여성 인재 영입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합류 의사를 밝힌 여성은 없는 상황이다. 비대위 합류 제안을 받았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김예지 국민의힘 최고위원 모두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비대위가 여성 인재를 충분히 영입하지 못할 경우 다양성 측면에서 전보다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지적받아온 남성 편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경우 12명 혁신위원 중 여성이 과반수(7명)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 농림축산식품부 후보자에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을 지명해 장관 후보자 6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지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기 젠더 폭력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22년 9월 스토킹 피해를 입던 여성이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한 비대위원장은 신당역을 방문했다. 이후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 엄정 대응과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공언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현장도 찾아 재발 방지책과 범죄피해자 보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법상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억울한 사람이 죄 없이 처벌받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비대위원장이 적극 추진했던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도 찬반이 거세다. 재발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 주거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이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엄벌주의로는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동료 국민에 여성 있다는 것 보여줘야”

전문가들은 한동훈 비대위가 여성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와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여세연) 사무국장은 “비대위 구성이 마무리돼야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내부적으로 여성 인재를 등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정부의 반여성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인이 여성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총선을 헤쳐 나가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을 호명하며 서민과 약자, 청년, 어르신 등을 위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국민에 여성이 있다는 것을 인사와 정책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엄벌주의 기조를 보여 왔다. 이는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약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이나 성매매 등 사각지대에 놓인 성폭력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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