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교회 출입문 근처에 성금 놓고 사라져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벌써 24년째다.

전주시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15분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례교회 출입문 근처에(성금을) 놓았다. 어려운 가정을 위해 성금을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그가 남긴 목소리를 따라 이례교회 출입문 근처에서 종이상자를 찾았다. 상자 안에는 돈다발과 돼지저금통,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가 남긴 쪽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7600만5580원을 남겼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으로 시작된 후 2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에는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000여만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천사의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후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한다. 

그렇게 얼굴 없는 천사가 조용히 놓고 간 성금으로 연말에 불우 이웃 돕기에 쓰인 돈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8억8473만3690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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