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총선 후보자 공천 물밑 작업
시민사회 “성평등, 가장 기본적인 기준 돼야”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를 결성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를 결성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남긴 시점에서 각 정당은 후보자 검증을 ‘성평등’과 ‘여성 대표성’을 대원칙으로 삼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는 12월 26일 7차 총선 예비후보자 검증 결과를 공개했다. 원내·외 119명이 검증위에게 적합 판단을 받았다. 앞서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후보자 검증 시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한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논의 사항을 발표했다. 총선기획단 간사를 맡고 있는 한병도 의원은 11월 24일 취재진과 만나 “공직 후보자로 출마하는 사례가 있다면 검증 신청 서약서에 막말, 설화, 부적절한 내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할 것”이라며 “이에 해당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후보자 자격 심사가 통과되더라도 선거일 이전에는 후보 사퇴, 당선 이후에는 의원직 사퇴라는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을 서약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부터 출마자들에게 부정부패·젠더폭력·입시부정·공직윤리 위반 등과 관련한 일을 저질렀을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 받았다.

국민의힘은 전국 204개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벌였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1월 28일 공천 물갈이 작업인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 결과 현역 의원 중에선 배현진 의원이,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하위권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협위원회의 22.5% 달하는 46곳의 당협위원장 교체를 지도부에 권고했다.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11월 27일 “형식과 절차를 정하고 현장에서 실시한 감사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까지 합쳐 신중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려 노력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총선 경쟁력을 염두에 둘 것이란 원칙을 지키려 했다”고 밝혔다. 당무감사 최종 결과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전달된다. 공관위는 내년 초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를 결성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를 결성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시민사회에선 세대와 성별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12월 12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성 주권자의 삶을 외면하고 퇴행을 거듭한 정치에 책임을 묻고 정당이 젠더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지, 공천 과정에 젠더 관점이 반영돼 있는지, 후보자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지 제대로 따져 묻고 감시하며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를 위해선 제도가 중요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고 지역구는 여성 30% 공천을 의무화하도록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이 대표는 “거대 양당은 지난 총선에서 30%를 채우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선 반드시 최소 30%는 공천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남녀 동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정당이 ‘성평등’을 22대 총선 후보 공천의 대원칙으로 삼아 공천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각 정당에 전달했다. 광주전남여연은 12월 18일 “우리는 후퇴하는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맞서 싸울 후보의 공천을 요구한다”며 “후보의 자질과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 후보가 가진 성인지 감수성, 성평등 의식은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후보자들의 성범죄와 관련해선 단호하게 공천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정치인들이 본인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민이 아닌 정당이나 지도부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석좌교수는 “막말하고 정쟁에 몰입하는 이유는 정치 대표자로서 기본적 사명감이 없어서”라며 “‘어국’(어쩌다 보니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전문성·도덕성·여성 대표성 등을 가지고 검증해야 하는데 정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며 “좋은 사람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가 무너져도 정치꾼을 공천하는 경우가 많아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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