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여성시민단체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22대 국회, 여성 폭력 현장 청취하고 정책적 소통해야”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여성신문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여성신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성단체가 여성폭력의 현실을 짚으며 관련 기본법안의 정비 등 22대 국회의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젠더폭력을 병리화하는 엄벌주의적 정책이 아닌 처벌의 확실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장애여성공감·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7개 여성시민단체는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를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에 제안하는 여성폭력 정책의 방향을 제언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과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기조 발제에서 “2024년 여성 폭력 및 성평등 관련 정부 예산안에서 볼 수 있듯이 홍보와 인식개선, 교육에 해당하는 예산은 대거 삭감됐고 달리 말하면 시민이 참여하고 주체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투자는 삭제되고 있다”며 “22대 국회에선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 피해자로 법적 판명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이 활력을 가지고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 문화개선, 참여, 대안행동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견인하고 관련 법안을 연구해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젠더폭력 관련 법 개정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들은 “가정폭력처벌법 목적 조항 개정,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페지,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은 젠더에 기반한 ‘가족’에 폭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며 “강간죄, 강제추행죄 등 형법 및 성폭력특별법에서 성폭력 판단기준을 개정하는 과제 역시 2023년 9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하듯이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과거의 정조 이데올로기를 연장하는 문화와 효과를 바꾸고자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달라지고 있는 시민 사이의 인식, 생활과 법이 더 이상 부딪히지 않도록 70년 된 형법, 30년 된 성폭력특별법 상의 성폭력 판단기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젠더폭력을 흉악범죄로 대체화하고 병리화하는 엄벌주의적 정책에 대해선 반대했다. 젠더폭력을 흉악범죄로 대체화하고 병리화하는 엄벌주의적 정책에 대해선 반대했다. 앞서 법무부는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예고했다.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 후 특정 장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보수적 정치와 정부는 여성 폭력을 일상의 문화개선, 차별적 구조의 변경, 시민 감시와 참여로부터 분리해 흉악범에 대한 국가주의적 제압과 격리의 문제로 대체한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선 무엇이 폭력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판단 역시 보수적이고 형벌주의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리적인 범행 방식, 횟수, 피해자 물리적 연령이나 엄격한 장애 정도를 기반으로 한 ‘엄벌주의’는 여성 대상 폭력이 계속 증폭되고 진화하는 방식을 제재하기 어렵다”며 “젠더폭력에 대한 이해와 관점,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여성 폭력에 대한 전문적 이해 증진도 주문했다. “쉼터에 대해 입소인 숫자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삭감하는 식의 평가 방식을 도입할 때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견제하는 국회는 쉼터의 역할과 통합적 지원의 24시간을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며 “일방적 구조조정을 ‘통합’이라는 말로 추진하려고 할 때 이미 여성 폭력 사안 하나하나가 복합적인 차별 상태가 녹은, 중층적인 폭력과 불평등의 연쇄적 경험임을 피해자지원 현장 단체가 그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협력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성매매 분야에선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매매에 대한 일관된 관점과 강력한 법 집행을 위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할 것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도록 ‘성매매처벌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성구매자를 차단하기 위해선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현실화해 성구매자가성구매를 단념하게끔 하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산업 축소를 위한 법 집행력 강화에 대해서도 촉구했다. 이 공동대표는 “성산업은 거대한 돈이 흐르는 시장이자 조직적 범죄이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부터 자본 흐름과 몰수 추징, 업소 단속, 성구매자 처벌, 피해자 보호까지 유기적이고 상시로 이뤄지는 수사기관 내 ‘성매매수사전담반’이 필요하다”며 “성매매 알선 범죄는 처벌 형량에 비해 큰돈을 벌기 때문에 알선업자들이 법을 겁내지 않고 범죄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아닌 불법 이익에 대해 전액 몰수 추징하고 범죄 행위에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 분야에선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대책 마련이 제시됐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외국 인력 정책에서 임신, 출산, 젠더 기반 폭력 등 여성에 대한 정책이 없다”며 “고용허가제 여성이주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상담과 신고로 사업장 변경을 보장하고 젠더 기반 폭력 피해 여성노동자에 대한 조력과 통역, 관련 상담 전문가를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젠더 기반 여성 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장애 여성 분야에선 “장애 여성의 ‘장애정도’ 입증에만 주력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4항’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변은희 장애 여성공감 장애 여성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본 조항의 입법 취지는 강간죄 구성요건인 가해자의 폭행·협박이라는 행위 수단이 반드시 전제되지 않아도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발생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장애로 인한 다양한 조건을 폭넓게 보기 위함이다”라며 “그러나 항거불능 상태에 대해 장애정도만을 보는 것은 해당 법 조항의 취지도 아니며 장애 자체가 항거불능이라는 것은 한국 사회가 장애 여성을 매우 취약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성폭력 분야에선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에 관한 입법공백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적 괴롭힘을 성폭력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유일한 법 조항인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구성요건이 ‘도달’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매우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성폭력 사안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음란’ 개념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며 “구성 요건을 ‘도달’에서 확대하고 ‘음란’ 기준을 걷어내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이버성폭력 산업화를 짚으며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이 만들어지고 2020년 N번방 방지법이 통과하며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를 비롯한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는 일면 강화됐으나 여전히 한계가 많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양상의 여성 폭력에 대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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