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안을 놓고 당내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안을 놓고 당내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18일 열린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데 대한 찬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당의 지도체제 정비를 오래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팽팽하기에 결론을 내릴 때까지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친윤’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론은 보수층에서 대중성과 인기가 가장 높은 한 장관이 당을 이끌어야 국민들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그에 반대하는 ‘비윤’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처럼 인식되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기용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선택이라고 반박한다. 

두 입장은 상반되지만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보수 정치인 가운데서 한 장관만큼 새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념에만 갇힌 낡은 보수가 아니라 논리를 가진 보수의 모습, 종종 진영논리를 넘어선 정책을 내놓는 모습들은 구태의연한 보수에 식상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만들어줄 가능성을 열어준다. 하지만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복심과도 같은 최측근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자칫 민심의 역린을 건드리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평가가 단연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분신처럼 여겨지는 한 장관을 여당 대표 자리에 올리는 것은 민심에 맞서는 모습으로 비쳐질 위험이 따른다. 정치 경험이 부재한 약점이야 본인의 능력에 따라 대단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간주되는 현실은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혁신의 최우선 과제로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는 일이 꼽히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비대위원장으로는 대통령에게 쓴 소리도 하고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기용되어야 하는데, 한 장관이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윤 대통령이 여당으로 하여금 ‘용산 출장소’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줄곧 ‘주류 희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이야말로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사실 어느 정권에서나 임기 중반이 지나면 맞게 되는 일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워낙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했던 지라 그 필요성이 더 일찍 대두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양 측면을 갖고 있는 카드이다. 기대와 우려를 냉정하게 저울질하여 판단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장관 한 사람에게 당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처럼 떠들썩한 국민의힘의 모습에서는 기시감이 든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매달리던 국민의힘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그 때도 자신들의 변변한 대선주자도 없었던 국민의힘은 정치를 처음 시작한 윤석열 후보를 메시아처럼 여기며 대선을 치렀다. 당의 능력이나 자생력은 없이 인물 한 사람 띄워서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당의 얼굴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아 현직 장관이며 대통령의 분신 같은 사람에게 당을 맡기자 하고 있다. 당의 체질과 능력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렇게 일회성 반짝 이벤트 하듯 선거에서 승리한들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지 못함을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고 있다. 정치에 메시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한동훈을 구세주처럼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게으름과 부실함을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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