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출마, 법제도 빈틈 메우는 25년의 연장선상”
“지금의 젠더 갈등, 우리 세대의 책임이 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둘째 날 서류를 제출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직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25년 동안 범죄 사건을 분석하고 법과 제도의 빈틈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의 연장선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들은 현장에서의 위험을 잘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라 저처럼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서 입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다. 이 교수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여성신문과 만나 국민의힘을 선택한 연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제안을 했으나 거절했다.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은 상당히 다르다. 비례대표는 정당에서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게 모셔 온 정치인”이라며 “비례로는 제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렵고 제한이 많다. 입법에 직접적인 업무를 수행하리라는 기대도 없기 때문에 제 능력껏 지역구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은 예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라는 것은 금전이 많이 들어가는데 돈 한 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안도 받았다”며 “그러나 내 힘으로 하지 않으면 불법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역구로 정한 경기 수원정에 대해선 구도심권의 범죄 발생을 낮추고 경기 남부권 순환선을 개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야산과 호수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람이 사라져도 짧은 시간 안에 찾을 수 없는 지역이었다”며 “경기대 주변도 전부 공동묘지였고 저는 무서워서 저녁 6시가 넘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처럼 살기 좋아졌다”면서도 “문제는 관공서들이 있던 자리가 비면서 사람이 떠났고 구도심 상권이 다 죽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상권이 죽으면서 단기 임대가 많아지게 되는데 범죄학 이론을 보면 ‘Temporary Stay(임시 거주)’하는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특정인에 의한 범죄 발생이 늘어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도시 재개발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도시와 구도심과의 교통 문제도 짚었다. 그는 “신도시에 살면서 구도심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통로 역할을 하는 신도시와 구도심을 잇는 도로가 막힌다”며 “수원을 거점으로 경기 남부권을 도는 순환선 지하철이 생기면 해소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수원정에서 3선을 한 박광온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좋은 분이고 존경한다”면서도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박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라고 인사하는 분들이 많다. 민주당 내에서 도전자가 많다는 것인데 제 상대가 과연 박 의원이 될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13일 출마의 변을 통해 “여성으로서 한세상을 살아온 개인적 경험이 다른 정책들의 입안에도 틀림없이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이 있기 때문에 정직한 저의 심정을 썼을 뿐”이라며 “엄마로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안다. 현실을 생각해 보면 왜 젊은 여성이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지를 알겠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혼인 연령대가 늦어져서 아이도 잘 안 생긴다”며 “저출생 시대에 출생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너무나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를 제한 없이 모두 국비로 지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그런 제도가 없다”며 “웬만한 사람은 한 번 시도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한다. 인구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젠더 갈등에 대해선 ‘세대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암컷’이라는 발언을 듣고 도대체 무슨 시대를 살고 있나 싶었다”며 “옛날엔 인권을 위해 민주화 운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본인들만 한 게 아니라 저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뛰어들어 민주화를 이룬 것이다. 아직도 그 시대의 향수에 젖어서 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여성상을 폄훼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 제 자존심을 긁어 먹는 느낌”이라며 “아마 우리 세대가 유리천장을 뚫지 못한 것이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여성 국회의원이나 여성 장관 숫자 등 평균을 깎아 먹는 건 우리 세대”라고 했다. 또 “요즘 세대도 남성은 남성대로 박탈감을 느낀다. 이것도 남녀의 문제가 아닌 세대의 문제”라며 “이 현실을 정치에서 이용하는 것이 문제다. 2023년이 맞나 싶다”고 말했다.

2020년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빨간색, 파란색 정당 자체는 제게 큰 의미가 없다”며 “단지 제가 하고 싶은 입법을 하는 곳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폭력대책특위에 합류하면서 ‘스토킹처벌법’과 ‘보호수용법’ 2가지의 법안을 입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보호수용은 형사처벌을 다 받고 만기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를 사회에 못 나가게 가둬버리는 제도라 인권 침해 논란이 많다”고 했다. 아동 연쇄 성폭행범인 김근식을 예로 들며 “미국에선 사람이 아니라 짐승으로 본다. 그런 사람들을 치료 목적으로 보호 수용하는 법을 ‘SVP’(Sexually Violent Predator·성폭력 흉악범 법안)라고 부른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해달라고 했더니 인권단체 등에서 계속 반대했고 민주당에선 절대 입법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수용법은 지금의 ‘제시카법’(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학교·보육시설 등으로부터 500m 이내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라며 “저는 가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게 인권 변호사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피해자도 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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