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예산 출마 어청식 예비후보
안희정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 발언으로 벌금형 전력
박원순 전 시장 사망에 “흠 있다 한들 헌신, 노력 비해 클까”
“안희정 날린 이들이 박원순 돌아가시게 했다”에 '좋아요'

어청식 무소속 후보·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부터) ⓒ페이스북 캡처
어청식 무소속 후보·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부터) ⓒ페이스북 캡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치 계승을 자처한 비서 출신 어청식(40)씨가 내년 총선 홍성·예산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과거 안희정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비방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는 법원의 권고에 따라 게시한 2차 가해 사과문을 삭제한 반면, 안 전 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게시물을 공개 게시하고 있어 2차 가해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어청식 무소속 예비후보는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 전 지사가 추구한 ‘상향식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 개선을 되살려야 한다”며 “사람은 누구나 공과가 있다. 안 전 지사의 잘못이 있지만 민주주의와 충남 발전을 이루어낸 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무소속 어청식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처
무소속 어청식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안희정 전 지사의 정무비서 및 수행비서로 근무한 어 후보는 이후삼 국회의원 비서관·박성수 송파구청장 정책1팀장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 밑에서 일을 해왔다.

그는 최근 경기 양평에서 안 전 지사와 1박 2일 만남을 가진 팬클럽 ‘38선까지 안희정!’ 소속이다. 해당 팬클럽은 피해자를 향해 “몽둥이로 다스려야”, “밖으로 기어나오면 사람이 아니다”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안 전 지사는 이제 죄인이 아니다”라며 “이제 다시 당당하게 소통하며 살자”고 선언하기도 했다.

관련기사:[단독] 안희정, 총선 앞두고 정치 복귀 시동 거나…정치인·지지자 접촉 이어가(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12557)

어청식 후보의 공개 사과문. 현재는 비공개 처리돼 볼 수 없다. ⓒX 캡처
어청식 후보의 공개 사과문. 현재는 비공개 처리돼 볼 수 없다. ⓒX 캡처

어 후보는 2018년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의 신상을 비방하는 모욕적인 댓글을 수차례 작성해 2020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벌금 2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법원의 권고에 따라 “본인은 직장동료였던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명예훼손 및 모욕행위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권고 기한(2021년)이 지난 현재, 어 후보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을 비공개 처리했다. 또한 이달 7일 2017년 안희정 대선 캠프 시절 안 전 지사와 함께한 사진을 올리는 등 그와의 관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청식 후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2020년 7월 10일, 기자로 근무할 당시 서울시 행사에서 시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페이스북 캡처
어청식 후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2020년 7월 10일, 기자로 근무할 당시 서울시 행사에서 시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페이스북 캡처

박원순 추켜세운 어청식 “흠 있어도 헌신보다 클까”


어 후보는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된 당시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2020년 7월 10일, 기자로 근무할 당시 서울시 행사에서 시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해당 대화는 박 전 시장을 추켜세우는 내용으로, 어 후보는 “어떤 사연이든 모든 걸 내려놓고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 어디 흠이 있다 한들 한평생의 헌신과 노력에 비하면 그리 크겠는가”라며 박 전 시장의 행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비하하는 글을 덧붙였다.

이 게시물에는 “(안희정) 지사님을 날린 이들이 시장님을 돌아가시게 한 것입니다”라며 안희정 전 지사와 박원순 전 시장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도로 인해 공격당했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렸다. 어 후보는 해당 댓글에 공감을 의미하는 ‘좋아요’ 표시를 달았다.

어청식 후보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어청식 후보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어 후보는 같은 달 13일 박 전 시장의 성범죄가 공론화되던 상황에서 “일방의 주장일 뿐, 사실 확인도 안 되는 일에 판단하고 단죄하는 중세시대 행태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사실을 확인할 수 없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해당 게시물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나온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공개 게시물로 남아 있다.

3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게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팬클럽 회원 사진 ⓒ페이스북 캡처
3일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 게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팬클럽 회원 사진 ⓒ페이스북 캡처

“처벌 받고도 성찰 보이지 않아…정당이 권력형 범죄 단죄하는 혁신 보여야”


어 후보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가해자의 편에 서는 정치 행보에 대해 “형식적인 사과를 했을 뿐, 진정한 의미로 반성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어떤 게시물을 남기고 어떤 게시물을 삭제할 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사과문은 삭제한 채 가해자를 두둔하는 글들을 남겼다는 것은 여전히 성폭력 사건의 발생과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라면,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관련자로서 성찰한 것이 보여야 하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어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기본과 상식은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유권자들이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여성신문·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여성신문·뉴시스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정치적 행보를 돕는 정당 및 정치권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를 도왔던 신용우 예비후보(세종을, 전 충남도청 수행비서)는 “어 후보는 2차 가해 이후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고용해준 덕에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 출마까지 할 수 있었다.”며 “당내 기득권이 필요에 따라 가해자를 키워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형 성폭력 문제의 핵심은 ‘성’이 아닌 ‘권력’이다. 정당이 권력형 범죄를 단죄하는 혁신을 보여줘야 성범죄를 발생하게 한 구조적 동조자들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신문은 어청식 후보에 수차례 입장을 요청했으나 어 후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