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텁] 세네갈 여성·아동 돌보는 이혜화 선교사
세네갈 북동부 정착해 사회적 협회 만들어
이동식 초음파검사기, 축구공 등 물품 지원
우물 개발, 불어·영어 교육 등의 행사 계획 중
“서로가 더 가까운 이웃 되었으면”
20년 음악가 인생을 뒤로 하고 서아프리카 세네갈에 정착해 여성과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 선교사가 있다. 연세대학교 여성 총동문회 ‘올해의 선교사’에 선정된 이혜화(45) 선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웃들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이 선교사는 동료 선교사들과 사회적 협회를 만들고 마을에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난 이 선교사는 “대학교에서 지휘를 전공하며 음악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며 처음부터 선교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선교사는 대학교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과 함께 음악을 배우고자 2001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유학 생활 동안 신앙심이 더욱 깊어지자 선교사의 길을 택했고, 필리핀과 한국에서 지휘자로 살며 선교 훈련을 받은 뒤 2019년 12월 부부가 함께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세네갈로 향했다.
대서양과 맞닿아 있고 수도가 위치해 상대적으로 물자가 풍부한 세네갈 서부와 달리, 이 선교사가 자리 잡은 세네갈 북동부는 내륙 지역에 사막과 연결돼 1년 내내 척박한 기후를 띈다. 빨래를 널면 30분도 안 되어 모든 옷이 마르고, 우물이 부족해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 선교사는 마을에서 생활하는 동안 종종 ‘세네갈의 여성·아동에 대한 인권의식이 예전 한국과 비슷하다’ 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훈육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여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거들뿐더러 13~14살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네 명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어, 50대 남성이 10대 여성을 결혼 대상으로 보고 부모에 “당신 딸을 내게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선교사 부부와 동료 선교사들은 사회적 협회를 꾸려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물품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역의 보건소에 이동식 초음파검사기를 기증해 필요 시 임산부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마차를 타고 오다 사고를 당해 건강과 아이를 모두 잃는 임산부의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주기적으로 축구공을 대여해 아이들이 함께 뛰노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규율을 배우고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선교사의 딸이 들고 온 축구공에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자 이를 교육적 측면으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마을 아이들은 기본적인 사회성을 기르기 어려웠는데, 축구를 비롯한 공놀이에 참여함으로써 단체생활을 익힐 수 있게 됐다.
인터뷰 직후 세네갈로 돌아간 이 선교사는 마을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우물을 개발하고, 불어와 영어를 배우길 원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장을 열 계획이다. “어떤 이들의 문화가 잘못됐다고 말하기 전에, 더 가까운 이웃이 되고 더 따듯한 손을 내밀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선교사의 철학이자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