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스터리 소설 ‘설자은 시리즈’ 첫 출간
창작·기획·영상 등 경계 넘나드는 작가
“도전이 즐거워...새로운 화학반응 중시
제가 읽고 싶고 제 마음이 베이지 않는
좋은 자극 주는 소설 쓰게 돼
한동안 ‘설자은 시리즈’ 집필에 집중할 것”
이번엔 ‘역사 미스터리’다. 정세랑(39) 작가가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문학동네)을 펴냈다. 통일신라 태동기 6두품 집안에서 태어나 남장여자 ‘설자은’으로 살게 된 설미은이 신라 수도 금성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정세랑의 첫 추리·역사소설이다. 2010년 장르문학 잡지에 장편이 당선돼 등단한 이래로 장르문학과 문단문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었다. 고려대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했고, 늘 역사소설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정세랑의 마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추리소설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술술 넘어가는 문체, 지적 쾌감을 주는 트릭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 여성과 약자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올해 13년 차 중견 작가,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의 일과 삶 이야기를 들었다.
정세랑 작가 인터뷰
- 웹소설, 웹툰 시나리오 등 시장이 커지면서 ‘평범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늘었다.
“웹, 출판, 영상 등 다양한 이야기 매체가 있고, 약 50만~100만 명 정도가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될 수 있는 직업이다. 해보고 싶다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보람도 재미도 있고, 여러 영역을 다닐수록 재미있는 일을 마주칠 수 있는 직업이다. 권하고 싶다.”
- 작가로서 상상력을 기르려면 어떤 훈련을 하면 좋을까? 독자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저는 일상에서 틈을 발견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 매일 다니는 길에서 좀 다른 일이 일어나면 관찰한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산책길이나 출퇴근길 혹은 매일 규칙적 생활을 하다가 다른 방향으로 갈 때 그런 순간을 잘 포착해 메모해 두면 좋다. 스마트폰 메모장, 노트 등을 활용한다.”
- 글이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
“자료 조사를 하거나 전시, 박물관, 공연 등 다른 예술을 접할 때도 많다. 음악, 시각예술처럼 약간 텍스트를 벗어날 때 오히려 자극돼 (글이) 풀릴 때가 있다.”
- ‘정세랑’ 뒤에는 작가이자 기획자, 드라마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재미있고 해보지 않은 일들을 제안받으면 도전하는 편이다. 새로운 바깥과 만날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중요시한다. 제 포트폴리오는 좋게 말하면 새롭고, 나쁘게 말하면 산만하고 균일하지 않은 면이 있다. 저처럼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도 있으면 좋고, 한 영역을 끝까지 밀고 나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 인공지능(AI)이 소설을 쓰는 시대가 왔다. 기획이나 집필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봤나. AI의 진화가 위협적이라고 느끼나.
“자료 조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챗GPT를 써 봤다.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질 않고 지어내더라. 아직 원하는 수준이 아니구나. 결국 AI는 사람을 모사하니까 그런 점이 조심스럽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분명히 말해주면 좋겠는데 아직 흐리다. AI가 좋은 동반자가 될지, 더 많은 가짜뉴스가 생산될지는 더 봐야겠다.
새로운 건 항상 나타난다. 그래도 역시 제일 재미있는 걸 내놓을 수 있는 필터는 사람 머릿속 같다. AI에 위협이나 자극을 받아 새로운 재미있는 걸 내놓을 수도 있겠다.”
- ‘여성 작가가 쓰는 여성/소수자의 이야기’에는 늘 큰 기대가 걸린다.
“작가로서 그런 기대가 전혀 부담스럽진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저는 독자이기도 하다. 글을 쓸 때는 제가 읽고 싶은, 나의 마음이 베이지 않는, 내게 좋은 자극을 주는 걸 쓰게 된다. 제 성향이다.
새로운 걸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는데, 떨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 문학계, 한국에서 이야기를 쓰는 분들이 계속 좋은 것을 많이 들고 나오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각자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고, 한 작가가 짊어지는 무게도 많이 분산된다. 많이 즐기고 쓰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피드백도 받는다. 제가 큰 흐름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서 나만의 방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환경·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러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여 왔다.
“생태주의는 늘 제 작품에 포함돼 있다. 생명다양성재단 이사로서 두 번째 임기를 맞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홍보와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공부하며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동안은 ‘설자은 시리즈’에 집중하면서 짧고 긴 영상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