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로그’전...30일까지 팔판동 ‘호호재’
가구·도자·설치·조각·회화 등 30여 점
김영옥·김재용·박선기·이혜미
잭슨홍·정영도·한정현 작가 참여

지난 1일 서울시 종로구 호호재에서 개막한 ‘관계로그’ 전시장에 걸린 (오른쪽부터) 박선기 작가의 숯 조각 작품과 정영도 작가의 회화 작품. ⓒ이세아 기자
지난 1일 서울시 종로구 호호재에서 개막한 ‘관계로그’ 전시장에 걸린 (오른쪽부터) 박선기 작가의 숯 조각 작품과 정영도 작가의 회화 작품. ⓒ이세아 기자

동쪽으로 널찍이 트인 유리창 앞, 검은 샹들리에가 은은히 빛났다. 숯 조각을 물방울처럼 나일론 줄에 이어 붙여 한옥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서울 신라호텔 로비의 아름다운 샹들리에로 잘 알려진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다.

맞은편엔 은은히 빛나는 도자기 작품들이 나란히 놓였다. 이혜미 도예가가 흙으로 빚은 도자기 위에 은을 여러 번 덧발라 굽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었다.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담았다.

이혜미 작가의 ‘실버 라인’ 도자 작품들.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이혜미 작가의 ‘실버 라인’ 도자 작품들.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바로 옆 팔판동, 도심 속 작은 한옥 ‘호호재(蝴蝴齋)’에서 한국 현대미술 작가 7인이 전시를 연다. 김영옥, 김재용, 박선기, 이혜미, 잭슨홍, 정영도, 한정현 작가가 참여한 ‘관계로그’전이다. 가구·도자·설치·조각·회화 등 작품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김영옥, 박선기, 이혜미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을 준비했다.

하균학술문화재단과 체어스온더힐 대표이자 홍익대 미대 교수인 한정현 작가가 총괄 기획했다.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사랑하는 작가들, 친구들과 함께 여는 전시입니다.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보려 노력했어요.”

‘관계로그’ 전시를 기획한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난 1일 서울시 종로구 호호재에서 만났다. ⓒ이세아 기자
‘관계로그’ 전시를 기획한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난 1일 서울시 종로구 호호재에서 만났다. ⓒ이세아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반짝이는 도넛 벽이 보인다. 페인트에 글리터, 크리스탈로 장식한 도넛 형태 도자 작품으로 주목받는 김재용 작가의 ‘타이거 앤 맥파이 위드 도넛’(Tiger and Magpie with Donut)이다. 디자인과 순수 미술의 경계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해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3인 후보에 오른 산업 디자이너 잭슨홍 작가의 ‘하임리히’(Heimlich), ‘로디지아 공군 기장’(Rhodesian Insignia) 작품도 재미있다. 

김재용, 타이거 앤 맥파이 위드 도넛(Tiger and Magpie with Donut)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김재용, 타이거 앤 맥파이 위드 도넛(Tiger and Magpie with Donut)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잭슨홍, 하임리히(Heimlich)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잭슨홍, 하임리히(Heimlich)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김영옥 작가의 ‘Light Play 2023’는 알루미늄 공 약 1000개와 길고 짧은 금속선을 연결해 만든 조형물에 빛을 비춰 독특한 공간감을 준다. 전통적 단조 기법을 이용한 공예 작업과 금속 조형 작업을 모색해 온 작가의 작품이다. 대담한 색채와 화면 구성의 페인팅으로 아트 바젤, 미술 관계자, 컬렉터 등에게 주목받은 정영도 작가의 ‘히어, 위 스탠드 포 유’(Here, we stand for you)도 관객과 만난다.

김영옥, 라이트 플레이 2023(Light Play 2023)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김영옥, 라이트 플레이 2023(Light Play 2023)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한정현, ‘언오디너리 시리즈’(Unordinary series)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한정현, ‘언오디너리 시리즈’(Unordinary series) ⓒ체어스 온 더 힐 제공

한 작가의 작품 ‘언오디너리 시리즈’(Unordinary series)도 감상할 수 있다. 비대칭 디자인에 전통 자개장 문짝을 길이 방향으로 조각내 목재에 채워 넣어 ‘창조적 새활용’을 도모했다.

전시 공간 ‘호호재’는 한옥의 현대적 변화를 추구해 온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대표가 설계했다. 본래 한 작가의 모친이 지내던 한옥을 새롭게 되살리고자 했다. 아늑한 마당을 향해 크게 열리는 시스템 창호가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나비 호’ 자를 쓰지만 ‘호호’ 웃음이 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담았다. 호호재는 전시 종료 후 각종 클래스와 예술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임대 문의는 체어스온더힐로 하면 된다. 전시는 별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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