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이인성미술상 수상
대구미술관에서 12월 31일까지
여성, 생태, 돌봄의 가치 등을 주제

ⓒ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

2022년 제23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한 윤석남 작가의 개인전이 12월 31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열리고 있다.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의 전시는 다음해에 열린다. 올해 제24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권오봉 작가 개인전은 2024년 개최될 예정이다.

‘이인성미술상’은 서양화가 이인성 화백의 작품세계를 기리고 한국 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대구시가 1999년 제정한 상으로 2014년부터 대구미술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남 작가는 1939년 만주출생이다. 성균관대학교 영문과(1966-67),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 센터(미국 뉴욕. 1983-84)),아트 스튜던트 리그(미국 뉴욕)등에서 공부했다. 국민훈장 모란장(2019), 제29회 김세중 조각상(2015), 제4회 고정희상 ((사)또하나의문화)(2007), 국무총리상(1997), 제8회 이중섭 미술상(조선일보사 주최. 1996)등을 수상했다.

윤석남의 유관순 초상(2021 한지에 채색(color pigment on Hanji, 210x94cm) 앞에서  관람객이 그림을 보고있다. ⓒ권은주 기자
윤석남의 유관순 초상(2021 한지에 채색(color pigment on Hanji, 210x94cm) 앞에서 관람객이 그림을 보고있다. ⓒ권은주 기자

그는 여성, 생태, 역사 등의 주제를 통해 국내 문화예술의 유산을 현대미술 매체와 결합하는 유연성과 독창성을 높이 인정받았다. 이인성미술상 심사위원회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뤄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석남은 한국의 여성주의 미술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여성’이라는 주제에 전념하며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삶과 현실, 경험을 담은 작품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부각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데 기여해 왔다.

어머니와 모성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를 예술의 뿌리로 삼고 이후 정체성, 생명과 돌봄, 여성사로 주제를 확장하여 최근 역사 속 여성을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없이' 2003-2008. 나무에 아크릴. 모성과 돌봄, 인간애를 아우르는 윤석남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이다.  ⓒ권은주 기자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없이' 2003-2008. 나무에 아크릴. 모성과 돌봄, 인간애를 아우르는 윤석남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이다.  ⓒ권은주 기자

마흔에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윤석남은 198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5년 김인순, 김진숙과 ‘시월모임’을 결성하여 한국 여성미술에 주요 기점이 되는 전시를 주도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문인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여성문화운동은 윤석남이 여성주의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작업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자극과 원천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여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투쟁과 헌신의 여성사, 정체성, 생명과 돌봄의 가치 등을 다양한 매체로 조명한다. 

작가는 한국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채색 초상화 20점을 신작으로 선보였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역사 속에 사라진 존재가 아니라 빛을 발하는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자 과업이라 전했다.

윤석남. 핑크룸 VI, 1998-2021혼합재료 , ⓒ권은주 기자
윤석남. 핑크룸 VI, 1998-2021혼합재료 ⓒ권은주 기자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1,025마리의 유기견과 그들을 보살피는 이애신 할머니에게 바치는 헌사다. 작가는 인간에게 버림받고 무력한 처지에 놓인 1,025마리의 유기견을 위로하고 할머니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1,025개의 조각을 만드는 작업에 5년간 몰두했다고 한다. 작품의 방대한 규모로 접할 기회가 드물어 이번 전시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핑크룸VI’은 윤석남의 ‘룸’ 연작 중 하나로 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색상과 오브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2전시실과 3전시실 사이에 위치한 선큰가든에서 새롭게 탄생한 ‘핑크룸VI’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가의 내면을 형광 핑크로 둘러싸인 방, 앉을 수 없는 소파, 유리구슬, 거울 등을 통해 형상화했다.

윤석남은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일기를 쓰듯 수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당시 작가가 느낀 감정과 생각, 관찰, 일상 경험을 담아낸 드로잉 연작에는 작가 내면과 여성의 삶에 대한 소회가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백여 점의 드로잉과 함께 작가의 자화상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윤석남의 시선을 따라가며 용기 있는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여정이다. 소외되고 지워진 존재들에 의미와 주체성을 불어넣는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과 투쟁이라는 페미니즘을 넘어, 휴머니즘의 실천으로 확장된 차원에서 윤석남의 예술세계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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