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상공개로 ‘2차 가해’ 처벌 가능성도 제기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친선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황의조가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친선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황의조가 팀의 네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불법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에 대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징계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축구협회는 황 선수에 대해 출전 금지 등 엄중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을 문체위 소속 의원으로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황 선수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도덕적 물의를 넘어서, 동의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도록 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축구협회와 문체부 등 관계 당국은 일개 축구선수의 불편한 뉴스로 국민들이 더 이상 불쾌하게 느끼지 않도록 즉각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스포츠 팬들도 황의조의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스포츠 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성행위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황의조의 국가대표 퇴출을 요구했다. 체육시민연대는 “성관계 불법 촬영으로 피의자가 된 축구 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경기에 뛸 자격이 있는가”라며 “마땅히 자숙하고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거나 국가대표 자격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황의조가 최근 월드컵 예선 경기에 출전한 것을 두고 “유죄나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도 몇몇 증거로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당연하다. 논란이 해소되기 전까지라도 출전 중지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는 즉각 공개 사과하고 불법 촬영, 2차 가해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2일 한국여성민우회도 성명을 내고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가 아무렇지 않게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은 ‘불법촬영을 해도 문제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라며 “유·무죄 여부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몫이지만, 사법적 조치 외에도 대한축구협회와 감독은 이 사안이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 중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 중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편, 황의조의 2차 가해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5일 YTN ‘더뉴스’에서 “황씨 측 법률 대리인이 발표한 입장문 안에 피해자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황의조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22일 낸 입장문에서 피해자의 직업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피해 여성의 신원 노출을 우려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악의적 의혹이 제기되면 상대 여성과 대질조사를 받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황의조의 입장문이 고의적으로 이뤄진 일종의 협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촬영물이 얼마나 무서운 건가. (게다가) 거기에 있는 여성의 신원이 알려지는 것”이라며 “그걸 법률대리인을 통해 마치 협박하듯이 공개한 것은 고의가 있지 않고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죄명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일단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2차 피해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원치 않는데 신원을 특정해 사회적 비난을 받도록 만드는 행위들이 다 2차 가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했다.

황의조가 불법촬영 혐의를 부인하는 데 대해 이 교수는 “피해 여성이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피해 여성과의 영상이 결국은 동의 하에 찍혔느냐가 법적으로 따져 물을 내용”이라며 “그게 황의조가 피의자로 전환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촬영 전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피해자 측이 공개한 통화와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황의조에게 “내가 분명히 싫다고 했잖아” “싫다고 했는데 (영상이) 왜 아직도 있냐는 거지” “불법적인 행동을 한 건 너(황의조)도 인정해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이에 황의조는 “최대한 그걸(영상 유포를) 막으려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진짜 미안” 등으로 답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촬영 사실을 안 직후 영상 삭제를 요구했지만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며 “영상을 함께 보는 행위나 피해자가 보이는 곳에 휴대전화를 세워두고 찍었다는 것이 촬영에 대한 ‘동의’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입장문에 피해자 신원을 특정되는 표현을 넣은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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