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10% 극단적 선택 고민
“괴롭힘 요건 강화, 죽기 직전까지 참으라는 것”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경험자의 10.9%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경험자의 10.9%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극단적 선택을 3배 더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 119는 최근 경영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지속성, 반복성 요건 등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발했다.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경험자의 10.9%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노동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대표, 임원, 경영진 등 사업주가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는 19.2%였다.

올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이메일 1592건 중 53건에도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관련된 상황이 포함됐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경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이 7.7%였지만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는 3배에 가까운 20.6%에 달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괴롭힘 자체만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기도 하지만 괴롭힘 신고 이후 조사가 기약 없이 길어지거나 보복을 당하는 등과 같이 사업주의 조치 의무 위반 및 불이익 처우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3월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는 업무능력 및 성과 미인정, 조롱, 차별, 배제, 감시, 회식 참여 강요 등의 괴롭힘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평균 주 1회 이상 반복되는 요건이 충족될 경우 괴롭힘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다.

이를 두고 직장갑질119는 “괴롭힘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개념 정의 규정에 추가해야 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며 “사실상 죽기 직전까지 참으라는 지침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주 1회·3개월 이상 지속돼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만들어졌다”며 “현행 법조차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사업주가 괴롭힘 당사자인 경우 조사 조치 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 등 다양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사업주가 조사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조치하는 대신 반복성과 지속성 요건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괴롭힘 인정 요건 강화로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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