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25일 서울 종로구 일대서 열려
공소시효 폐지·성인 쉼터 마련 등 촉구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세아 기자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25일,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다.

색색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종로 보신각, 삼청동을 지나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친족성폭력, 일상 속 어디에나 일어난다!”, “생존자 주거권 국가가 보장하라!”,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정상가족 강요 마라 내 가족은 내가 정해!” 등 구호를 외쳤다.

여전히 친족성폭력을 쉬쉬하거나 일부의 변태적 소행으로 치부하는 시선은 피해자들을 지치게 한다. 그래도 생존자들은 이날 거리에 서서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친족성폭력에 2차 피해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루나’는 “‘좋은 가족’ 인형 놀이에서 나와 징역형을 탄원할 수 있는 지금”에 주목하고 싶다고 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친족성폭력 생존자가 가해자와 분리돼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생존자 ‘물고기’는 “성폭력 피해자가 온전히 치유·회복할 수 있는 성인 성폭력 단독 1인 쉼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친족성폭력 생존자가 (가족을 떠나) 안전한 시설에서 머물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모부와 사촌오빠에게 성폭력을 겪은 ‘라온’도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조금 더 쉽게 신고할 수 있게 해달라”며 피해자 익명·안전을 보장하는 신고 시스템, 가해자와 분리해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제공 등을 요구했다.

공소시효도 문제다.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10년, 디엔에이(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친족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독립한 이후에야 신고할 용기와 여유를 갖는 현실을 고려하면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공소시효 만료 전 부랴부랴 신고, 재판까지 직접 대응하느라 힘들었다”는 ‘니케’는 “공소시효라는 사각지대에 부딪혀 신고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고·고소 등의 과정이 주는) 위로조차 못 얻는 사람들의 상처가 깊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정상가족 해체현장’ 퍼포먼스도 벌였다. 정상가족을 형상화한 집 모양의 판넬에 붙은 벽돌과 창문, 대문을 부쉈다. 이어 정상가족 밖의 사람들을 문제라고 규정하는 사회에 맞서 ‘서로 연결되고 돌볼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집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박예림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정상가족 유지”를 기조로 하는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타리 가족구성권연구소 정책팀장은 “폭력을 피해 몸과 마음이 가족을 떠난 이들이 문제라고 규정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그리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 자유발언에 참여한 대학원생 황선진씨는 “연결된 우리가 서로의 집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연대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가족구성권연구소,기독교반성폭력센터,부천여성의전화,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성소수자부모모임,정치하는엄마들,차별에 저항하는 교회준비모임 숨,틈, 친족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 공폐단단,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공동 주최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의 지지 공연도 열렸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정기 1인시위 등 활동을 이어 온 ‘공폐단단’의 민지 활동가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이 모여 축제를 열고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눌 것”이라며 “내년에는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단체를 설립할 구상도 있다”고 했다. 문의 02-6383-6602 또는 f.culture@sisters.or.kr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를 열었다. 생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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