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청년과 소통에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청년공약’을 매주 발표하고, 현장 방문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 마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당 대표부터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 지역위원회에서도 유독 ‘청년행사’가 최근 눈에 띈다. 정책과 만남의 장 확대가 그것이다.

민주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의 청년정책양성과정, 강원특별자치도당의 정책경청투어(청년정책간담회), 대구시당의 ‘청대원소’(청년위원회-대학생위원회 원스톱 소통회), 서울 동대문갑 지역위원회의 대학생 정책발굴단 모집 등이다. 안규백 의원의 ‘규백다방’, 일부 지역위원장의 청년과의 걷기 및 토크쇼 등도 있다.

민주당 곳곳에서 정책에 관심을 쏟고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젊은이들 한숨을 제1당이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주목할 만 하다. 굳이 전략적으로 봐도, 대선-지방선거 패배의 쓰라린 교훈을 복기해 MZ세대의 마음을 잡는 것은 민주당의 필수 과제이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청년 마음잡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보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첫째, 정책에 대해 한 청년지방의원은 “자잘한 공약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3만원 청년패스, 천원의 아침밥 등이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중인 것과 큰 차별점이 있냐는 우려이다. ‘세대론’에 갇혀 구조적 문제가 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다수 청년을 좌절시키는 큰 문제는 일자리(실업), 자산 양극화 심화, 주거 불안 등 구조적 모순이 그대로 반영된 굵직한 것들이다. 청년백수 126만, 그중에서도 ‘그냥 쉰다’는 젊은이들은 41만 명에 달한다. 청년 우울증 증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주요 원인은 바로 실업이자 불평등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출신 한 단체장은 “과거에는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민주당은 반값등록금을 비롯해 그래도 판을 흔드는 공약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가치를 뚜렷이 반영한 큰 그림과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의원도 “쉬워 보여서, 예산 편성하기 수월해서 작은 정책만 내놓는 게 국회가 할 일이냐”며 “최대 의석을 민주당에 안겨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청년취업사회책임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등 큰 그림을 민주당이 과감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소통 내용과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이벤트 느낌의 간담회, 정작 정치권은 반성하지 않으면서 청년층에 훈계하는 ‘꼰대 스타일’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2030세대 마음을 잡겠다는 정치권이, 청년을 비하하거나 얕잡아보는 일부 문화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 민주당 당원인 서울지역 20대 여성은 “윤석열 정부가 싫어 야당을 선택했지만,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왕꼰대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게으르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고생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의 ‘갤럭시 프로젝트 현수막’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문구는 청년 비하라는 거센 비판을 받아 결국 삭제되었다.

셋째, 기성 정치권이 만들어놓은 문제를 갑자기 등장한 청년정치인(?)에게 떠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선거 앞두고 깜짝 ‘보여주기식’으로 젊은 인물을 발탁하거나 당의 가치에 맞지 않는 인물을 공천했던 것에 대한 반성론이다. 청년정치인 당사자 정치 참여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급조된 인물로 유권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나이가 젊은 후보가 몇몇 더 많아진다고 해서, 그리고 그들을 선거유세장에 내보낸다고 해서 과연 청년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전적으로 믿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곧 나의 대변자이면, 나의 고통을 해결해주려는 유능한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아야 청년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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