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수현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
2023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학술부문 수상
2차원 반도체 이용 빛 제어 연구로 주목받아

한국 과학자들이 고성능 반도체 개발의 새 가능성을 열었다. 공수현(36)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 디스크 구조를 이용해 그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간접형 반도체 레이징 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이 공로로 2023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학술부문)을 수상했다.

공수현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 ⓒ고려대 제공
공수현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 ⓒ고려대 제공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초고속통신 등을 우리 일상에 도입하려면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가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고성능 반도체 연구·개발이 활발한 이유다. 특히 2차원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 대신 얇은 원자층으로 이뤄진 반도체로 얇은 두께, 투명성, 유연함 등 장점을 갖췄다.

공 교수 연구팀은 이 2차원 반도체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먼저 반도체는 직접형과 간접형으로 나뉘는데, 빛과 상호작용을 잘하는 직접형 반도체 물질에서만 레이저의 발광·발진이 관측됐다. 반면 간접형 반도체를 이용해 레이저를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공 교수 연구팀은 외부 광공진기와의 결합 없이 2차원 반도체 자체적으로 빛을 가둘 수 있었고, 간접형 반도체 레이징 현상을 최초로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큰 기술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핀(2차원 반도체에 이용되는 물질)처럼 스카치테이프로 한층 한층 박리되는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해 빛의 파장 두께의 1/50 수준인 얇은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해 빛을 가두고 제어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빛을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해 아주 작은 공간에 가두게 되면 소자 크기가 작아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재미있는 새로운 물리현상이 관측될 수 있습니다.”

공수현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 ⓒ공수현 교수 제공
공수현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 ⓒ공수현 교수 제공

공 교수는 “연구는 99번의 실패 끝에 1번 성공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자랑스러운 순간을 쫓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 자체에 재미와 만족감을 느끼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논리와 정답이 명확하고 성과가 객관적이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여성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낮을 순 있더라도 객관적인 성과를 많이 쌓는다면 오히려 기회는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후진 양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쳐 왔다.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많은 후배들의 멘토로 나섰다. “여성 후배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성 불평등과 젠더 이슈 문제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점점 인식과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여학생들의 미래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 시선이 주는 본인의 역할에 본인을 스스로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여성을 저평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본인을 저평가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본인의 가능성을 너무 낮게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제일 원하고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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