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7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 소극장에서 특강을 하기에 앞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7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 소극장에서 특강을 하기에 앞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신당’이 관심사로 부상했다. 만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면 여권의 표 분열로 특히 여야 간 수도권 판세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실제로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신당 발언들이 벼랑 끝 전술과 같은 정치적 블러핑(허풍)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명분만 주어지면 이 전 대표가 신당 발언을 거두어 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신당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락망 구축에 나서는 등 언제든 신당 추진이 가능하도록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만약 이준석 신당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세규합이 얼마나 가능할 지가 관심사이다. 이준석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금 분위기에서 원내 교섭단체인 20석 이상 확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싫은 소리 듣는 것을 참지 못하고 누군가와 항상 말싸움 벌이고 있는 이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비호감도는 여야 불문하고 높은 편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껴안고 모으기에는 그의 개성이 너무도 강하기에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 스타일이야 방식의 문제라 치더라도, 정치의 본령인 노선과 정책에서의 문제가 따른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이 전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 노선의 주창자이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고 그는 주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그의 이대남 노선을 따랐고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대남의 표를 얻는 만큼 민주당이 ‘이대녀’들의 표를 더 얻음으로써 이준석발 이대남 전략은 실익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들은 이 전 대표의 젠더 정책을 가리켜 분열주의,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은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을 일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그가 여성주의에 대해 확고한 반대를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에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방송에서 “이 나라는 우리 똑똑한 여성, 우리 어머님들 덕분에 발전한 것이다. 남자들이 발전시킨 나라가 아니다"라는 일종의 덕담성 말을 한 일이 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여성 표를 의식한 단순 처방”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설 정도로 여성을 혹여 남성 보다 우위에 놓는 말들에 대해서는 참지 못한다.

그런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든다면 국민의 절반인 여성을 껴안을 수 있을까. 이준석 신당의 젠더 정책은 어떤 것이 될까 무척 궁금하다. 평소 여성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온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와 만나 신당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는가 하면, 정의당의 여성 정치인 류호정-장혜영 의원과 신당을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 전 대표의 젠더 정책을 그대로 두고 이들이 신당을 함께 하는 일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이준석 신당설이 나오자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본인이 일삼아온 여성혐오, 장애혐오 정치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고 지적한 장혜영 의원의 말이 일의 순서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젠더 문제에 대해 지극히 퇴행적인 이준석 정치가 개혁적인 것처럼 자처되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다.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흡수통일론의 입장에 서 있는, 다분히 반개혁적인 성향을 드러내온 정치인이다. 그가 개혁적인 순간은 ‘윤핵관’들에게 맞설 때일 뿐이다. 당내 권력투쟁의 순간에만 개혁적이지, 젊은 정치인의 비전과 철학 같은 것은 우리가 듣고 본 적이 없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의 여성 발언을 반박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당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젠더 담론을 냉탕·온탕으로 가져가선 안 된다. 일관된 관점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면 기존의 ‘이대남’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젠더 담론에 대해 그가 말하는 일관됨이 어떤 의미인지, 신당을 하겠다면 그것부터 분명하게 말하고 하는 것이 순서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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