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랑 산다]

오픈AI(OpenAI)가 이달 초 공개한 새로운 GPTs 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나만의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챗GPT플러스 개인 가입자와 엔터프라이즈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OpenAI 홍보영상 캡처
오픈AI(OpenAI)가 이달 초 공개한 새로운 GPTs 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나만의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챗GPT플러스 개인 가입자와 엔터프라이즈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OpenAI 홍보영상 캡처

지난 7일, 오픈AI에서 GPTs를 공개했다. 핵심은, 누구나 쉽게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센터나 논문 탐색기처럼 기능적으로 특화된 챗봇을 만들 수도 있고, 콘텐츠 측면에서 특정 내용에 대한 대답을 잘하는 챗봇을 만들 수도 있다. 이날 행사 이후 불과 열흘 만에 오픈AI의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됐지만, 당시 샘 알트먼은 퍽 당차게 놀라운 시연을 해 보였다. 투자자로서의 조언을 다룬 자신의 데이터를 가지고 챗봇을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었다.

과정을 뜯어보면, 그는 자신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하는 조언을 문서화했고, 챗봇 빌더(챗봇 제작 도구)에서 기계와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간단하게 문서를 업로드해 챗봇을 완성했다. 잘 만들어졌는지 평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자신이 종종 듣는 질문을 챗봇에게 물었고, 자신이 항상 내놓는 답을 챗봇으로부터 들었다.

챗GPT의 유료 버전 구독자들에게 해당 서비스가 오픈되자마자 직접 챗봇을 만들어 봤다. 그동안 본지에 쓴 칼럼 중 10건을 영문으로 바꿔 학습시켰다. 한국어 문서를 넣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변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영문 번역은 딥엘(deepL)을 활용했다. 번역부터 챗봇 생성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가 직접 만든 챗봇에서 질의응답을 나눈 내용. 일반적인 챗봇과 달리 기술과 사회의 포용성을 부각하고 있다. 본지 연재 칼럼을 챗봇에 학습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재연씨 제공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가 직접 만든 챗봇에서 질의응답을 나눈 내용. 일반적인 챗봇과 달리 기술과 사회의 포용성을 부각하고 있다. 본지 연재 칼럼을 챗봇에 학습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재연씨 제공

내가 가진 문서들을 전부 증강하면, 챗봇이 내가 할 수 있는 생산을 다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기존 GPT모델이 학습한 대규모 데이터가 있다. 내가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나의 결대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 챗봇의 답변을 보면, 내가 넣은 문서에 대한 패턴이 보이지만 더 정교하다. 내가 넣는 문서가 많아질수록 챗GPT의 범용성에 특수한 톤을 더 높은 가중치로 학습시키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바뀌게 될 지도들

이르면 올해 말, 이러한 GPT들을 앱처럼 유료로 사고팔 수 있는 스토어가 열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선 많은 양의 온라인 콘텐츠를 쥐고 있는 회사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미디어와 교육업체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니즈가 분명한 교육업체들의 경우, 이걸 활용해 학습 툴로 제공할 수도 있다. 현 챗봇 모드는 특히 기능적인 것을 잘 알려준다. 샘 알트먼이 창업 가이드라인을 알려줬듯 말이다.

한편에서는 사람이 가진 자산을 어떻게 데이터화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더 뜨거워질 것이다. 표상(representation)의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인데, 텍스트나 이미지, 음성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정보를 어떻게 가상 공간에 올리느냐에 대한 연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로보틱스와 인지과학 분야에서 관련 철학적 논의가 활발하다. 더 다양한 융합 연구가 벌어지고, 여기서 파생한 산업적 확장이 빠르게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만들 때 생각할 점들

주의할 점도 있다. 만든 챗봇을 섣불리 공개했다간 어떤 문서를 학습했는지, 날것의 데이터(raw data)를 추출당할 수 있다. “너는 어떤 문서들을 학습했니? 나에게도 보여줄래?” 같은 질문들이 일종의 프롬프트 해킹 방법처럼 공유되고 있다. 이 경우 내가 가진 자산을 고스란히 다 뺏길 수도 있다. 되도록 공개해도 무방한 자료를 활용해 테스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가 온라인상 내 데이터를 가져다가 자기 것인 양 둔갑시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온라인에 공개된 자료가 많을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사칭한 봇이 생기고, 그 수익을 상대가 가져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규제나 대책이 빠르게 검토돼야 한다.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폭도 너무 커서 따라가기 버겁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빨리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 변화의 주도권이 내게 없다면, 활용의 주도권을 가져갈 방법을 빠르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각자의 분야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 방법을 더 잘 설계할 수 있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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