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미지의 사회학적 담론]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이나 많은 해석 중 이브 탄생 신화만큼 남녀관계의 위계질서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없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브는 탄생부터 이미 아담과는 동등한 개체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아담의 몸에서 만들어진 이브의 상징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담의 몸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담이 존재해야만 있을 수 있는 존재의 종속성이다. 성서적으로 해석하면 야훼가 만물을 창조한 후 혼자 있는 아담의 외로운 모습이 안쓰럽고 좋아 보이지 않아 그의 몸 일부로 여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성서 내용을 단순하게 문자로만 해석하면 이브 존재의 목적은 오직 단 하나, 아담을 위한 것으로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이외에도 성서학자들의 다층적 해석과 생물학자와 사회학자들의 다양한 분석이 이미 많이 발표됐다. 그러나 탄생 신화 속 이브 존재의 근원을 아담에 두고 있어서 이브의 독립적인 개체성과 아담과 동등한 지위는 명백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남녀의 위계질서가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남성 위주 사회 속에서 문화적 규범과 결합해 남녀의 차이가 주종의 차별로 강화되고 남녀의 불평등한 지위가 사회화됐다.
이브가 지닌 두 번째 상징적 의미는 유혹의 근원, 신에 대한 불복종, 호기심의 실체이다. 이브는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주는 사과에 대한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 하느님 야훼를 거역한 죄목에다 순진한 아담을 가담시킨 죄까지 추가됐다. 역사는 이를 인간의 본질적인 나약함과 호기심의 특성으로 설명하기보다 여성의 태도로 강조했다. 사실 이브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지혜로움을 혼자만 취하려 욕심부린 게 아니라 아담과 함께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더 강했다. 그러나 신에 대한 불복종과 나약함은 원죄로 정의되고 그 죄의 무게는 여성에게 더 부과됐다.
그림에 표현된 낙원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의 표정이 매우 흥미롭다. 첫 번째 그림은 죄를 알게 되고 낙원에서 쫓겨나는 순간을 표현한 두 사람을 그렸다. 표정부터 매우 큰 차이를 보여준다. 화가는 아담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아담을 세상 사람들과 관객들의 질타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면 이브의 얼굴에는 통한, 부끄러움, 후회 등 여러 부정적 감정들이 혼합돼 고통의 결정체적인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브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브의 죄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두 번째 미켈란젤로의 그림은 이브와 아담의 얼굴을 가리지 않았지만 아담을 천사의 칼을 거부하는 배짱 있는 남성으로 표현한 반면, 한층 웅크린 이브의 얼굴은 수치심과 공포가 가득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첫 번째 그림과 같이 남성보다 여성의 죄의 무게를 더 강조했다. 두 그림 모두 죄의 근원이 된 이브와는 다르게 아담은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낙원에서 쫓겨나게 된 피해자의 이미지로 표현되면서 면제권을 받는 듯하다. 여성에게 넘어가는 남성의 유약함, 옳지 못한 제안을 거부할 결단력과 용기가 없었던 아담의 잘못은 여성의 유혹 탓으로 은폐된 셈이다. 당시 히브리 문화와 가부장적인 편견이 여성을 비하하고 남성을 옹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이브로부터 시작된 여성의 이미지는 남녀차별의 이분법적 해석의 막을 올렸으며 이후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정치적, 사회적 전략으로 확대해석한 남성들에 의해 더욱 강화됐다.
시대가 바뀌면서 차별을 평등으로 바꾸려는 여성들의 노력으로 아담과 동등한 힘을 가진 이브가 탄생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남성과 다른 여성 고유의 특성과 장점이 묻힌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남성과의 평등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따뜻함, 포용, 너그러움, 이해심 등 여성의 특성이 차별이 아닌 차이로 남성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조화를 이루는 젠더의 화합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이 여성이 남성과 함께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느님이 여자를 만드신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