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 서울 양천구을 출마 선언
현역 이용선 의원에 “민주당 이기는 길로…페어플레이하자”
지역 현안, 신월동 경전철 유치·항공기 소음 문제 해소
“생활 정치에서 입법 과제 얻어…정답은 ‘현장’에 있다”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은 “풀뿌리 생활 정치로 정쟁뿐인 여의도 정치를 바꾸겠다”라며 제22대 총선 서울 양천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구청장은 13일 서울 양천구 일대에서 여성신문과 만나 “작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뉴스 시사 패널로 출연하면서 정치를 깊게 들여다보니 자괴감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부로, 자연인으로 돌아와서 보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당장 살기 힘든데 정작 여의도에선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네 마네’하는 답답한 소리만 한다”며 “그래서 전직 단체장들과 함께 시국 토론 등 정기적으로 만나며 내년 총선에서 여의도 정치를 바꾸자고 목소리를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지방자치단체장 42명은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을 창립하고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기꺼이 창과 방패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며 “기초단체장들이 집단으로 총선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최초의 실험”이라고 밝혔다.

현재 양천구을은 현역인 이용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김 전 구청장은 이 의원을 향해 “같은 당이고, 파트너십으로 함께 일 해왔기 때문에 너무 잘 알고 있고 좋으신 분”이라며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됐든 민주당이 이기는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 과정에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페어플레이로 경쟁하자”고 덧붙였다.

양천구에 뿌리를 내린 지 20년이 넘은 그는 지역 현안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전 구청장은 “저는 8년간 양천구청장을 지내며 지역을 위해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현안을 잘 알고 있다”며 “제가 여성이라는 것도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지역 주민들께서 ‘여의도에 있는 남성 정치인’이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지역 주민께서 비교적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여성구청장으로서 재선한 것도 최초다. 그동안 양천갑·을 지역구에 여성이 많이 도전했는데 당선된 적이 없다”며 “비례 국회의원이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도전해 당선된다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다음은 김 전 구청장과 나눈 일문일답.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총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이 돼 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어르신, 당의 고문님들, 제가 구청장할 때 활동했던 분들 등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제가 새 길을 가게 됐다고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현안에 대해 듣고 있고, 지역을 넘어 요즘 가장 어렵고 힘든 문제는 무엇인지 여쭙고 있습니다.”

- 양천을을 지역구로 정한 이유는.

“목동 지역보단 신월동 지역은 개발이나 발전 속도가 더뎠던 곳입니다. 제가 구청장 8년을 하면서 많은 공을 들여 재개발·재건축, 부족했던 공공시설을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구청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곳의 숙원 사업은 전철이 없다는 것인데 구청장으로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신월동은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빌라 등 일반 주택이 많은 저층 주거지인데 아침, 저녁으로 교통지옥입니다. 구청장 재임 당시 경전철을 추진하기도 했고 문재인 정권에서 국책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입니다. 아직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나지 않았지만 이것이 제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항공기 소음 피해도 강서구보다 더 심한 지역입니다. 공항 근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착륙할 때 큰 소음이 발생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국내선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국회의원이 돼서 하려고 합니다.”

- 생활 정치와 중앙 정치는 차이가 있습니다.

“생활 정치는 작고 중앙 정치는 큰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국가 시스템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생활 정치 영역에서 눈여겨보면 입법이 필요한 과제가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들은 생활 정치를 하면 주목을 받거나 빛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크게 싸우는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치의 정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성 지역구 당선이 어렵다고 했는데.

“노무현 정부 때는 여성 정치인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컸습니다. 각 당에서도 여성 리더십 센터를 마련해 여성 정치인을 교육하고 발굴했습니다. 그 덕에 여성 정치인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구의원 여성 의무 공천으로 여성 의장이 되신 분들을 보면서 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30% 의무 공천을 하자고 했더니 출마하는 사람 자체가 30%가 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남성 정치인의 반발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30%는 아니더라도 의무 공천을 하는 지역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각 당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법제화하는 노력도 있어야 하는데 항상 그게 잘 안돼 아쉽습니다. 또 여성 경선 가산점도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저처럼 구청장을 하다가 국회의원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겐 지역에서 구청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의 절반을 깎습니다. 구청장과 국회의원은 엄연히 다른 선거인데도 말입니다. 가산점을 받아 선거를 치러봤기 때문에 그 역할이 얼마나 큰지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낍니다.”

- 여성의 삶을 향상할 공약이 있습니까?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입니다.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도록 국가적 정책이 많이 발굴돼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지역은 아이를 한 명 낳으면 얼마 주고 두 명 낳으면 얼마를 준다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시스템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 현재 이기재 양천구청장의 ‘아이와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양천’이라는 대표 공약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직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와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양천’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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