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 마치고 성전환증 진단 받고 꾸준히 요법 받아…
“예비군 훈련, 부당하게 면제 받을 목적 있다고 볼 수 없어”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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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남성이지만 여성의 성 정체성을 지니고 살고 있다면 예비군 훈련의 의무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12일 A씨가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병역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1월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가, 1년5개월 뒤 군복무 적응곤란자로 분류돼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됐다.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21년 6월쯤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꾸준히 여성 호르몬 요법 등을 받아왔다.

제대 후 1차례 예비군 훈련을 받았던 A씨는 ‘더 이상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없다’며 병무청에 ‘병역처분 변경신청’을 냈다.

그러나 광주전남지방병무청은 A씨의 정신건강의학적 상태를 신체등급 3급으로 판단, 변경신청을 거부했다.

A씨 측은 “원고는 이미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병무청이 남성 예비군들과 함께 예비군 훈련을 받도록 한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무청은 이미 원고와 동일한 정신과 진단, 호르몬 요법을 받은 성전환자 여성들에게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고 있는데 유독 원고의 신청을 거부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사춘기 때부터 여성에의 귀속감과 타고난 성별에 대한 불쾌감 등을 경험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사정과 증거를 종합하면 원고는 신체등급 5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병무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는 이미 현역으로 입대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제대했다”며 “이같은 상황에 원고가 오로지 예비군 훈련 일부를 부당하게 면제받을 목적으로,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여성 호르몬 요법을 받는 등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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