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성신여대 ‘숏컷 여성폭행사건 엄벌촉구 집회’
“남성들, 자신이 겪는 모든 실패 여성 탓으로 돌려”
“여성 연대 짓밟으려는 발버둥… 숏컷 검열 규탄”
“정부는 혐오범죄 방관말고 여성 생존권 보장하라”

숏컷 여성 폭행사건 대응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잔디밭에서 ‘숏컷 여성폭행사건 엄벌촉구 집회’를 열고 “정부는 혐오범죄 방관말고 여성 생존권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수진 기자
숏컷 여성 폭행사건 대응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잔디밭에서 ‘숏컷 여성폭행사건 엄벌촉구 집회’를 열고 “정부는 혐오범죄 방관말고 여성 생존권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수진 기자

20대 남성이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며 일면식 없던 여성을 폭행한 ‘여성혐오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생들이 나서 이번 사건 가해자를 엄벌하고, 혐오를 부추긴 남초 커뮤니티와 방관하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숏컷 여성 폭행사건 대응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잔디밭에서 ‘숏컷 여성폭행사건 엄벌촉구 집회’를 열고 “정부는 혐오범죄 방관말고 여성 생존권 보장하라”고 외쳤다.

지난 4일 한 20대 남성이 밤 12시10분께 경남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남성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피해자에게 “여자가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짧은 머리 스타일 사진을 공유하는 ‘숏컷 인증’ 캠페인과 함께 남초 커뮤니티의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공동행동은 “남초 커뮤니티의 여성혐오가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 현실의 위협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남성들은 자신이 겪는 모든 실패와 좌절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페미니즘을 사회악으로 명명하며, 일면식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폭행을 저지르고 그릇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초 커뮤니티는 ‘머리가 짧은’ ‘페미니스트’는 맞아도 싸다며 가해자를 두둔하다 못해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으며, ‘그러게 왜 머리를 자르냐’라며 피해자를 탓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여성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통제하려는 가부장제의 추악함과 여성이 정해진 머리 길이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금치 못하는 남성들의 취약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사회적 여성성의 틀을 벗어난 이를 표적으로 한 공격은 결국 말 안 듣는 여자, 얌전하지 못한 여자에게는 복수가 따를 거라는 공포를 심어주고 여성 연대를 짓밟으려는 발버둥에 불과하다”며 “숏컷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검열과 폭력을 규탄하고 혐오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대학가 여성주의 동아리를 중심으로 행동에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발언에 나선 A씨는 지난 7월 여성 게임 캐릭터가 노출 있는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러스트 작가를 해고하라고 테러한 사건을 언급하며 “단어, 말투, 옷차림 모든 것이 남성의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페미’가 되고 마녀사냥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긴 머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거냐’는 질문을 듣고, 역량이 아니라 머리길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짧은 머리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사회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 백래시가 강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페미니즘 망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재하다”며 “제대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저항도 거세지는 것이다. 여기 모인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계속 저는 짧은 머리일 거다. 사회가 더 억압할수록 짧은 머리일 거다. 맞아도 되는, 죽어도 되는 여성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