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1회 서울 성평등 담화’
핵심 산업의 지속가능성 위해 여성 참여 확대 강조

2일 유엔여성기구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주최한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2일 유엔여성기구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주최한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수익성이 높다.”

인프라, 기술, 금융과 같은 핵심 산업군에서 활약하는 국내외 기업 리더들이 유엔 차원의 담화에 모여 여성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전문가들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2일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제1회 서울 성평등 담화: 여성과 함께 성장하는 핵심 산업의 미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기업계·학계·외교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 경제 발전과 함께 여성의 사회 참여도 확대됐지만 인프라, 기술, 금융과 같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군에서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3 글로벌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산업의 여성 임원진 비율은 16%, 정보통신기술 산업은 28%, 금융 서비스 산업은 32%였다. 이 비율은 기업 내 핵심 직군일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김경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대한민국 기획재정부 실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김경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대한민국 기획재정부 실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김경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대한민국 기획재정부 실장)은 오프닝 세션에서 “핵심 산업군에서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 증진은 여성에게는 경력 개발과 소득 증진에 기여한다”면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도 기여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유능한 여성 인적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이 보장된 포용적인 근무 환경을 고민하는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많은 인재가 핵심 산업에 유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성과를 올리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지희 사단법인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은 “여성의 참여도가 특히 낮은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성 다양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성과를 높이고 긍정적인 조직의 변화를 끌어내 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매우 유효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수익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다양성을 강조했다.

행사에는 핵심 산업군 내에서 성별에 따른 장벽을 넘고 업계에서 20~30년간 경력을 이어온 국내외 여성 리더들이 연사로 참여해 그간의 커리어 경험과 조언을 공유했다.

안수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안수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연사로 참여한 안수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여성과 Tech. 산업, 그 도전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냈다.

안수진 부사장은 “’20여년 전 여성 엔지니어가 반도체 산업에서 가치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면서 “앞서간 선배들과 지금 현장에서 활약 중인 우리 자신이 그 질문에 답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부사장은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라’,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아라’”고 조언했다.

그는 “도전 없이 멈춰 있다면 상처는 없겠지만, 더 이상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가 했던 도전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그 또한 성장의 과정이었다”고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수진 부사장은 199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디램(DRAM), 플래시와 자기메모리(MRAM), 상변화메모리(PRAM)의 고집적화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 참여해 왔고, 지난 10년간 3차원 V낸드 기술 혁신을 담당했다.

개리 포드(Gary Ford) 맨 포 인클루전(Men for Inclusion) 공동설립자가 발표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개리 포드(Gary Ford) 맨 포 인클루전(Men for Inclusion) 공동설립자가 발표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개리 포드(Gary Ford) 맨 포 인클루전(Men for Inclusion) 공동설립자는 “다양성에는 남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자기 자신의 발전과 건강을 위해서도 성평등이 왜 필요한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남성이 포용성 있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금융, 에너지, 고등 교육, 건설·공무원 부문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포용적인 팀이 더욱 행복하며, 질병 휴가를 내는 경향이 덜하며, 필요할 때 전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미선 포스코 이앤씨 상무보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안미선 포스코 이앤씨 상무보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안미선 포스코 이앤씨 상무보는 “리더가 되는 과정에선 전문성과 사내외 네트워킹으로 선후배 동료와 동반성장 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남녀 불문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와 가정 친화적 사내 제도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미선 상무보는 “젠더 이슈는 더 이상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다. 기업의 인권 이슈는 기업 이미지, 투자, 수익, 인재 유치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안미선 상무보는 포스코 그룹 공채 입사 이후 2022년 1월 여성 최초로 포스코이앤씨에서 임원으로 승진해 구매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건설업계 현황을 보고하는 국립건축과학연구소(NIBS)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산드라 벤슨 프로코어 테크놀로지스 산업전환 부문 부사장, 인도 최대 에너지 회사 타타 파워 컴퍼니와 국가 전력 기업 파워그리드 코퍼레이션 인디아의 합작 회사를 경영하는 키란 굽타 파워링크스 트랜스미션 대표이사, 2008년 금융위기 시기 활약한 여성 펀드 매니저 다이앤 린 영국 산업통상부 인도태평양·중동 지역 투자 책임자가 연사로 참여했다.

이러한 여성 리더들을 더욱 많이 배출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JP모건체이스, 인텔, 구글, GSMA와 같은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을 비롯 한국여성건설인협회 출신 연사들이 △ 남성 지지 그룹 조성 △여성 인재풀 확대 △여성 창업가 투자 △다양성 보고서 제작 △임금 격차 해소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타파 등의 주제를 토대로 발표를 진행했다.

벤야 스티그 파거란드 쉬코노미(Sheconomy) 창립자, 슈웨타 쿠라나 인텔 글로벌 정부 관계 부문 아시아 태평양·일본 지역 파트너십·이니셔티브 담당 시니어디렉터, 마이크 김 구글 포 스타트업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존 데이빗 김 GSMA 동북아시아 총괄, 박기숙 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장, 박유정 삼성물산㈜ 건설부문 조경CE 엑스퍼트, 김세진 한국중부발전㈜ 시설관리부 서울발전본부 차장, 정하라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매니저도 여성 참여 증진을 위해 조직문화를 개선했던 경험을 나눴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성평등 담화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은 “센터는 여성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이들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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