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여성변회 ‘보호출산제 심포지엄’
양육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과
임신중지권 인정 및 유산유도제 도입
장애 아동 유기 우려 등은 개선 필요
“위기임산부 상담, 원가족도 포함해야”

여성변호사회는 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보호출산제, 이대로 괜찮은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수진 기자
여성변호사회는 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보호출산제, 이대로 괜찮은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수진 기자

영아살해 대책으로 나온 보호출산제가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야 제도의 의의를 다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에 대한 실질적 지원 확대와 사회적 편견 개선을 위한 국가적 캠페인 추진 등도 강조됐다.

여성변호사회는 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보호출산제, 이대로 괜찮은가?’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제도의 보완점을 논의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이날 협회 회원 1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미혼모 가정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다.

미혼모들은 살고 있던 지역에서 시설 등 도움 없이 출산하는 경우(71명, 45.8%)가 가장 많았고, 양육정보 역시 스스로 알아본 경우가 절반 이상(78명, 53.4%)이었다. 임신·출산진료비카드(국민행복카드)를 사용했지만 금액이 부족했거나 몰랐다는 경우도 71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들은 경제적인 어려움(51명, 29.3%)을 가장 많이 느꼈다. 혼자 양육하는 것에 대한 부담(34명, 20.7%), 주거문제(34명, 19.2%) 등도 뒤따랐다.

양육비는 아예 지급소송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54.8%(80명)였다. 양육비를 신청해도 받는 경우는 약 10명 정도로 극소수였다.

김 대표는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원가족, 남자친구 등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전히 사회의 시선 때문에 미혼모라고 커밍아웃하기가 힘들다. 저 역시 주변에 제가 미혼모인지 모르는 지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미혼모들이 아이를 양육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변호사는 “보호출산제의 성공은 오히려 보호출산을 많이 이용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며 “이는 미혼모가정 지원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민법, 입양특례법, 가족관계등록법 등 타법과 충돌되는 조항 조율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 지원 △임신중지권 인정 및 유산유도제 등 도입 △상담기관 질적 수준 보장 △장애아동 유기 우려 해소 △이주여성 및 이주배경아동 지원 여부 △혼외자, 혼인중의 자 구별 폐기 △미혼모 등 지원정보 접근성 제고 등이다.

끝으로 “여성과 아동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제도를 만들면서 당사자 얘기를 듣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9개월 남은 상황인데, 지금도 늦었다. 그래도 다같이 힘을 합쳐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일평생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위기임산부 상담과 한부모 지원정책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호출산이 대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상담지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상담전문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우선 제공돼야 하며, 교육에 위기임신출산 사례에 대한 인지, 보편적 양육지원체계에 대한 법적 정책적 이해를 위한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안 제9조에서 임산부의 보호자가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줘, 미성년임산부나 장애임산부의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 법적 보완이 필수적”이라며 “임산부의 원가족까지도 상담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전문상담체계를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 한부모 지원정책은 많은 부분이 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한부모들이 적지 않다. 지원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알아보면 여러 부서를 찾아다녀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상관없이 모든 한부모 가정에 대해 양육비 대지급제가 필요하다”며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이 들어온다는 예측이 가능하면 양육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이유로 아동유기를 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미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이사는 “주변에 미혼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철없는, 부도덕한, 자기 관리 안되는, 몸을 얼마나 함부로 굴렸으면’ 등으로 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한 범죄만큼이나 지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국가가 숨겨주겠다는 얄팍한 방법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의 성교육, 미혼모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 사업과 함께 미혼모들이 아이를 당당히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 논의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는 ‘친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양육비 미지급자는 면허 정지가 아니라 아예 취소하고, 형사처벌도 최대 징역 3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며 “친모가 양육을 못하게 된다면, (보호출산을 하기 전에) 친부가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근시일내로 위기임산부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상담과 지원 서비스 등은 하위법령에 세부적인 내용을 담겠다는 방침이다.

신욱수 복지부 인구정책실 아동복지정책과 과장은 “상담 인력, 연계 서비스 등 세부적인 내용은 하위법령에 하나하나 촘촘하게 현장의견을 반영해 만들겠다”며 “오늘 잘 청취해서 현장에서 시행착오 없이 되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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