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에 전문성을 부여하다
세탁·청소·요리 유튜버 인기
해외도 #클린 위드 미 유행
공구 진행하거나 브랜드 론칭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

59만 유튜버 시스레터가 오전 시간 동안 자신의 살림을 기록한 영상이 3주 만에 2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진 = 시스레터 유튜브 화면 중 일부
59만 유튜버 시스레터가 오전 시간 동안 자신의 살림을 기록한 영상이 3주 만에 2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진 = 시스레터 유튜브 화면 중 일부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만들고 설거지한다. 곧바로 베란다로 가 깻잎을 따고 매일 사용하는 양념통을 닦는다. 아이 방으로 들어가선 안 입는 옷을 정리한 뒤 커피머신을 세척한다. 59만 유튜버 시스레터가 오전 시간 동안 자신의 살림을 기록한 12분 남짓한 이 영상은 3주 만에 2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살림’을 콘텐츠로 내세워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가 늘고 있다.

16일 오후 5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살림’을 검색하면 101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세탁·청소·요리 등 살림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주를 이룬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영상 공유 플랫폼을 중심으로 ‘#클린 위드 미’(#Clean With Me)라는 제목의 청소 관련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전문 노하우나 기술로 청소하는 콘텐츠도 많다.

54만 유튜버 제시카 툴씨(Jessica Tull)는 언론 인터뷰에서 억대 수입을 올린다며 “청소는 내 전문 직업이다. 이혼한 남편은 집안일 하는 나를 비웃었지만 이제 누구도 하찮은 일이라 부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헤이메이데이 인스타그램
사진 = 헤이메이데이 인스타그램

국내에선 227만명 구독자 유튜버 ‘꿀주부’가 살림 초보를 위한 식재료 보관법·냉장고 정리·도시락 레시피와 같은 콘텐츠로 구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헤이메이데이’ 김민정씨도 살림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결혼 10년 차 주부이자 두 딸의 엄마인 그는 아이를 낳고 휴직하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모두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다.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살림과 육아는 열심히 해도 인정받기 어려운 일이다 보니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공감도 얻고 더 잘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공간은 주방으로 인테리어와 정리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사진 = 영자씨의 부엌 인스타그램
사진 = 영자씨의 부엌 인스타그램

다양한 살림 콘텐츠 중 요리에 초점 맞춘 이들도 있다. 84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영자씨의 부엌’ 서영자씨도 35년간 삼남매의 엄마이자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엄마의 손맛이 담긴 요리법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서씨는 타국에 사는 자녀가 스스로 집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유튜브에 요리 과정을 찍어 올리면서 알음알음 구독자가 생겼다. 그는 “열심히 해 보자. 늦게 시작한 일, 내가 제일 잘하는 일, 내가 제일 즐거워하는 일, 내가 제일 행복해하는 일, 내가 날 사랑할 수 있는 일, 오로지 음식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테이스트북스
ⓒ테이스트북스

10만 팔로워 인스타그래머 ‘집밥둘리’ 박지연씨는 구하기 쉬운 재료로 쉽게 음식을 만든다. 그의 대표 메뉴도 기름 떡볶이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던 그는 결혼 후 미국에 정착해 몇 년간 육아와 요리에 전념했다. 육아에 지친 박씨는 인스타그램이 생기자마자 ‘집밥’이라는 콘셉트로 SNS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를 느꼈다. 그는 71가지 집밥 요리를 소개하는 『집밥둘리 가정식』을 썼으며 유튜브 구독자 수는 5만 6천여명이다.

사진 = 세탁설 인스타그램
사진 = 세탁설 인스타그램

세탁을 단순 가사노동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인플루언서가 있다. 구독자 수 66만 명의 유튜버이자 『세탁 살림 백과』를 펴낸 세탁 전문가 ‘세탁설’ 설재원씨는 아버지의 세탁소를 10년가량 운영했다. 영화를 전공한 그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와이셔츠 다림질’ 등 세탁과 관련된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표백·얼룩 제거·냄새 관리 등 세세하게 카테고리를 나눠 세탁 꿀팁을 전하고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과거에 하찮다고 여겨지던 살림이 지금 시대엔 새로운 경제적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며 “살림 유튜버들이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구를 하거나 자신의 브랜드를 발매한다”고 말했다. 이어 “살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2차, 3차 경제적 가치 창출하는 일이 생기면 더 이상 하찮은 일이 아니다. 하나의 직업이 된 것”이라며 덧붙였다.

최 연구위원은 “살림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도 주목해 보면 전문성 있는 살림 유튜버를 따라 하고 싶기보단 힐링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며 “요즘 불경기로 어렵고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이 많은데 잘 정돈된 집안과 같은 살림 콘텐츠 영상을 보면서 마치 ASMR처럼 심리적 위안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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