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이하 여성 흡연 환자 수 410% 폭증
10대 이하 여성 흡연 환자 수도 52% 증가
복지부 청소년 금연·금주 교육 예산은 삭감
한정애 “정부 차원 정확한 실태 파악 필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흡연 관련 질병으로 진료받은 10대 이하 여성이 4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음주 관련 질병으로 진료받은 10대 이하 여성도 52% 급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연령별 성별 흡연 및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환자 수 현황’을 보면 흡연으로 인한 질병의 10대 이하 여성 환자 수가 2020년에는 1,449명이었던 것에서 2022년에는 7,389명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 무려 409.9%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음주로 인한 질병의 10대 이하 여성 환자 수도 4,595명에서 6,986명으로 늘어나 52%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비를 비교해 보면 2020년 흡연 관련 질병 환자 수에서 10대 이하 남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3년 동안 흡연·음주 관련 질병을 통틀어 줄곧 10대 여성 환자 수가 10대 남성 환자 수에 비해 훨씬 많았다. 2020년 10대 이하 흡연 관련 질병 환자 수 성비는 남성 53.5%, 여성 46.5%였던 것에서 여성 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2022년에는 남성 22.2%, 여성 77.8%로 나타났다. 10대 이하 음주 관련 질병 환자 수 역시 여성의 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해 2020년 남성 41.7%, 여성 58.3%에서 2022년 남성 27.1%, 여성 72.9%의 비율을 보였다.

흡연·음주 관련 질병의 10대 이하 환자의 여성 성비가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유의미한 이유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여성 환자의 성비가 이렇게 높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연령대의 경우, 흡연 관련 질병 환자 수는 20대에서 환자 성비가 10% 내외 차이로 남녀가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30대부터는 남성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음주 관련 질병 환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다가 80대 이상에서 환자 수 성비가 다시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10대 이하 여성 환자 수처럼 7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청소년의 흡연·음주 행태는 이러한 통계와는 다른 수치를 보였다.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파악된 청소년의 흡연율은 2022년을 기준으로 남학생은 6.2%, 여학생은 2.7%로 나타났고, 음주율도 남학생 15.0%, 여학생 10.9%로 나타나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흡연과 음주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여학생의 흡연율은 2020년과 2022년 모두 2.7%로 조사됐고 남학생의 음주율은 2020년 12.1%에서 2022년 15.0%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흡연·음주 관련 질병 10대 이하 환자 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추이를 보였다.

청소년 금연·금주 관련 교육 예산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연도별 청소년 금연정책 관련 교육 예산 현황’을 보면 2020년 203억1,500만 원이었던 학교흡연예방사업 예산은 2022년 221억3,800만 원까지 해마다 증액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작성한 2023년에는 예산이 동결됐고,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24년 예산안에서는 183억4,5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청소년 금주 관련 교육 예산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연도별 청소년 금주 정책 관련 교육 예산 현황’을 보면 청소년 금주 교육 관련 예산은 지난 3년간 4,200만 원으로 동결됐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2024년 예산안에서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청소년 음주 폐해 예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건교사, 전문 강사 등 절주 전문 인력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이러한 청소년 대상 금주 교육 관련 사업들은 폐지하고 전 국민 대상 금주 홍보 사업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정부가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흡연·음주 관련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지금, 청소년의 연령별, 성별 흡연·음주 행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흡연과 음주를 시작하는 연령에 따라 평생 건강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금주 교육 예산은 삭감이 아닌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금연·금주 관련 교육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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