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연휴 동안 베트남에 다녀왔다. 패키지로 스무 명의 인원이 함께 하는 여행이었는데, 이국의 비 오는 풍경이 숨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 음식도 좋고, 대절한 버스를 타고 편하게 이동하는 것도 좋았다. 여행안내자는 현지에 사는 한국인인데 풍부한 경험과 친절함이 돋보인 안내를 해주어서 만족스러웠다. 한 가지만 빼고.

‘베트남 여자’가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거슬렸다.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가족과 남편에게 헌신적이고, 유교적 윤리 관념이 살아있고. 결혼해도 후회하지 않을 좋은 품성을 지닌 여성들이 그곳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중매’를 목적으로 설명한 건 아니고, 우리가 탄 버스가 지나는 길에 대낮부터 한가하게 앉아 차를 마시는 현지 남성들이 보이자 여담 끝에 나온 설명이었다. 오랜 전쟁 때문에 남자가 ‘귀해서’ 남자를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고, 50년 전에 끝난 전쟁 탓에 여전히 일하지 않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혹은 살아가도 되는 현실도 덧붙여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거의 모든 가게와 거리의 좌판은 여성이 운영하고 있었고, 시장에서 베트남 식 지게에 물건을 가득 싣고 뛰듯이 걷고 있는 사람도 모두 여성이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를 키우고 동시에 장사를 하고 밭일을 하고. 그 모든 일을 묵묵히 부지런히 다 해내는 것이 좋은 여자인 이유였다. 

이제는 사라진 좋은 것,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고향의 맛처럼 ‘옛이야기 지즐대는’ 향수가 어린 묘사였다. 가부장적 가치는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것인가? 동전의 양면 같은 여성차별은 그저 익숙한 풍경일 뿐인가? 그 와중에 잘 사는 나라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고향의 가족에게 돈을 부치는 효성까지! 사라진 가부장제는 여기 푸릇푸릇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애잔하고 안쓰럽지만 칭송할 만한(?) 이야기 거리가 된 차별이 불편하고 우울했다. 오래 전에 일본의 료칸에서 본 이불 깔아주는 여성이 떠올랐다. 무거운 이불을 들고 겹겹이 여러 번 펴고 또 펴는 그 이불 깔기 시중을 보면서 여성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운영하는 료칸, 볼거리가 된 그 노동이 불편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집으로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보게 됐다. 후보자가 운영하는 언론매체가 기사의 제목을 어떻게 작성했는지, 본문에 어떤 문장을 써서 클릭 수를 올리고 수익을 냈는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조목조목 짚고 있었다. 무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그런 말들과 묘사를 듣게 되다니! 여성 차별과 혐오, 대상화, 상품화를 낳은 가부장제 사회구조와 문화가 수익을 내고 기업을 키우는 바탕이었고,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 역대 순위에 들만큼 그 일을 대대적으로 해낸 게 그 매체였다고 했다.

불편하고 불쾌한 일은 먼 나라에 갈 것도, 지난 기억을 되짚을 것도 없다. 바로 여기서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오히려 지금 여기가 더 심각하다.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본래 업무인 부처의 장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이런 일을 보고 듣게 되니까 말이다. 참담하다. 

정영훈 (사)한국여성연구소 소장
정영훈 (사)한국여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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