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AP/뉴시스]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들이 발사되고 있다.
[가자지구=AP/뉴시스]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들이 발사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10일(현지시각) 2시 20분 현재 사망자가 1600명을 넘었다. BBC는 이스라엘에서 적어도 900명이 사망했고 가자지구에서는 거의 700명이 사망했다고 속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부상자가 최소한 2600명, 팔레스타인은 3726명이다. 하마스에게 억류된 민간인도 100명을 넘는다. 세계 최강의 정보망과 자체 방어망을 갖고 있다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뚫린 것을 두고 이스라엘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슬람저항운동 '하마스'

이스라엘에게 욤키푸르 전쟁(1973년 10월 6일~10월 25일. 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공격을 가한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무장정파이다.

‘이슬람저항운동’의 아랍어 약칭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인 1차 인티파다가 발발한 1987년 10월에 공식 창립됐다. 이들의 기원인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세력은 1970년대에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을 주도하던 좌파 아랍민족주의 세력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견제하려는 이스라엘의 묵인과 간접 비호 속에서 성장했다. 하마스는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도 갖고 있다.

【가자지구=AP/뉴시스】팔레스타인 하마의 군사 조직인 이제딘 알 카삼 부대원들이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중무장을 한 채 행진하고 있다.
【가자지구=AP/뉴시스】팔레스타인 하마의 군사 조직인 이제딘 알 카삼 부대원들이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중무장을 한 채 행진하고 있다.

1차 인티파다 이후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나선 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는 달리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 투쟁노선을 고수했다. 1990년대 이후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힘을 키운 것도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 하마스는 조직 내 무장조직인 ‘알카심 여단’이 주도하는 반이스라엘 무장 투쟁뿐만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이슬람식 사회복지 사업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다.

이스라엘이 2005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일방 철수 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정치에 참가해 2006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정파인 ‘파타’가 장악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알력 끝에 2007년 6월 가자에서 추방하고 독점적 권력을 확보했다. 이스라엘은 이후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있다. 하마스는 앞서 4차례나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였다. 가자-이스라엘 전쟁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17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5000여명이 사망하고 1만5000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박멸을 위해 2000년대 이후 정신적 지도자인 아흐메드 야신 등 지도자들을 대규모 공습으로 암살했다. 하지만, 저항투쟁을 꺾지는 못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는 달리 이슬람식 복지로 주민들을 구호하고 보호해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 "잔혹행위에 대한 대응"

[예루살렘=AP/뉴시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예루살렘 헤르츨 산에서 열린 로이 레비 대령의 장례식에서 국기로 덮힌 관을 옮기고 있다.
[예루살렘=AP/뉴시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예루살렘 헤르츨 산에서 열린 로이 레비 대령의 장례식에서 국기로 덮힌 관을 옮기고 있다.

하마스 대변인 칼레드 카도미는 아랍계 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수십 년간 직면해온 잔혹행위에 대응해 군사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사회가 알아크사와 같은 성지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가자지구의 만행을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이 모든 것들이 이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내 테러 활동을 벌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 등이 1987년 창설한 하마스는 그전까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을 이끌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온건노선을 강력히 반대하며 무장투쟁 노선을 천명했다.

이스라엘과 국제사회는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고 봉쇄 상태는 16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2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만큼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도 불린다. 이스라엘은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삼엄한 경계망을 갖춘 장벽을 세웠으며 이동은 물론 생필품 반입마저 엄격히 통제한다. 이집트 국경 쪽도 이집트 정부가 이스라엘에 가담하는 바람에 봉쇄된 상태다.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정권이 지난해 말 출범한 뒤 가자 봉쇄 및 서안 합병 시도가 강화됐다. 이런 움직임이 이번 하마스의 전면 공격을 낳았다.

세계 최대 감옥 '가자 지구'

ⓒ구글지도
ⓒ구글지도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 이집트 그리고 지중해 사이에 있는 길이 41km, 폭 10km 이다. 23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그 해안선의 영공을 통제하고 있으며,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과 물품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집트도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영토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과 이스라엘 모두 로마시대부터 팔레스타인으로 알려진 땅의 일부를 형성했다.

이 곳은 성경에 나오는 유대 왕국들의 땅이기도 하며, 유대인들에게는 고대의 고향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은 1948년에 국가를 선포했지만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 땅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을 요르단강 서안 지구,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을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지는 수십년간 분쟁이 이어진 곳이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정으로 이곳에서 군을 철수했으나 하마스가 통치하는 이 지역을 2007년부터 봉쇄해 외부와 단절돼 있다. 이집트 역시 남쪽 라파와 맞닿은 국경을 통제해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도 불린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웠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오슬로 협정을 맺으면서 1994년부터 팔레스타인인이 통치하고 있다.

2005년에는 평화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하고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시켰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듬해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장벽을 세우고 가자지구를 봉쇄했다. 하마스가 통합정부를 구성했던 파타와 내전을 벌여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한 뒤에도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며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생필품 반입도 통제해왔다

세계 최강 이스라엘 정보·방어망의 실패

[가자지구=AP/뉴시스]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유대 안식일인 7일 새벽 이스라엘을 상대로 '알아크사 홍수(Al-Aqsa flood)' 작전을 감행, 수천 발의 로켓을 쏘고 무장대원을 침투시켰다. 이스라엘이 이에 맞서 보복 공습에 나서며 양측에서 최소 1000명이 숨졌다.
[가자지구=AP/뉴시스]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유대 안식일인 7일 새벽 이스라엘을 상대로 '알아크사 홍수(Al-Aqsa flood)' 작전을 감행, 수천 발의 로켓을 쏘고 무장대원을 침투시켰다. 이스라엘이 이에 맞서 보복 공습에 나서며 양측에서 최소 1000명이 숨졌다.

하마스 무장세력들은 가자와 이스라엘을 가르는 전선을 여러 곳에서 뚫었다. BBC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작전 중 가장 야심찬 작전이며, 이스라엘이 1세대 이상에 걸쳐 직면한 가장 심각한 국경간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중동전쟁을 일으킨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공격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 지도부는 욤키푸르 전쟁의 결코 의미를 잃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스라엘 국내정보국 모사드와 외부 정보기관, 이스라엘 방위군 등의 모든 정보 자산이 아무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거나 만약 경고를 받았다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자금이 잘 지원되는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레바논, 시리아 및 그 밖의 지역 뿐만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내부에도 정보원과 요원들을 두고 있다.

지상에는 가자와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된 국경 철책을 따라 카메라와 지상 움직임 감지기, 정기적인 육군 정찰대가 있다.

철조망 위에 설치된 스마트 장벽은 이번 공격과 같은 모든 종류의 침투를 방어할 수 있는 '스마트 장벽'이 설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하마스 무장 세력은 철조망에 절단하고 바다를 통해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통해 이스라엘로 진입했다.

하마스는 토요일 아침 수천 발의 로켓포를 발사해 텔 아비브와 예루살렘 외곽에서 먼 곳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의 직접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곳들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첫 로켓 공격이 있은 지 약 1시간 후 하마스 무장세력은 육로, 해상, 글라이더를 통해 이스라엘로 건너가 수십 년 만에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의 전 정보기관장이자 이스라엘의 야당인 노동당의 정치인인 대니 야톰은 하마스가 토요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 "모든 것이 잘못됐다"며 "아무도 감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BBC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이스라엘의 두 번째 방어층은 공격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며 "아랍 국가 연합이 침공했던 '욤 키푸르 전쟁'으로부터 약 '50년과 하루'가 지난날에 기습공격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의 위장 평화전술에 이스라엘이 속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1973년 아랍군이 전쟁을 벌인 이래 이스라엘 방위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토요일 공격은 하마스가 군사 계획을 비밀에 부치고 이스라엘에게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득하는 것과 관련된 2년간의 위장전술에 뒤 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전쟁에 지친 하마스를 봉쇄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하마스의 한 측근은 하마스 전사들은 훈련을 받고 있었으며, 가끔 노출된 곳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가까운 소식통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에게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었다"며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놀라게 하고 생존을 위해 싸우게 만들었던 50년 전 욤키푸르 전쟁 이후 가장 놀라운 공격 계획을 설명했다.

소식통은 "하마스가 지난 몇 달간 이스라엘을 호도하기 위해 전례 없는 정보 전술을 사용해 이스라엘이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이스라엘과 싸우거나 대립할 의사가 없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안식일과 종교적 휴일에 맞춰 공격을 감행한 것에 대해 허를 찔렸다고 시인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 니르 디나르 소령은 "이번 사건은 우리의 9/11 사건"이라며 "그들이 우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다시 진입할까

[텔아비브(이스라엘)=신화/뉴시스] 7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에서 첫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설욕을 다짐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신화/뉴시스] 7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에서 첫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설욕을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사흘째인 9일(현지시각) 자국 영토에서 하마스 측 병력을 밀어내기 위해 교전을 벌이고 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포위를 발표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현지시각) "가자 지구에 전기, 식품, 연료가 외부에서 들어가는 것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진입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진격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민간인 인질의 생사여부가 이스라엘의 하마스 처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이스라엘 정부의 대 하마스 전쟁 공식 선포가 "정부가 장기간에 걸친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40년 동안 레바논과 가자지구 전투를 치르면서도 전쟁을 공식 선포한 적이 없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은 현지시각 9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 행동"으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성명은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이날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에) 미군을 투입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해관계가 어떻든 간에 특히 그 지역(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에서는 항상 국가안보 이익을 방어하고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투입시 확전할 것을 우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한 전직 정부 관리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자제를 요구받은 뒤 적어도 2주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인질 처형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세계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IS)에게 한 것을 하마스에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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