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탁의 R부자 칼럼 ⓒ여성신문
우병탁의 R부자 칼럼 ⓒ여성신문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긴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방역 과정에서의 영업 제한은 물론, 외식과 회식의 감소, 사람들 간의 모임 연기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경기의 어려움은 영업의 손실로 이어지고 어떤 이는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겼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살던 집을 팔기보단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완화되고 영업 제한 등도 풀렸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의 여파로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어려워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은 경매로 집을 넘겨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 침체기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기간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풍부해진 유동성은 종종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을 더 상승시키기도 했다. 그 이후 유동성을 흡수하는 시점에 이르러 지금은 금리가 인상된다. 금리가 상당 부분 인상될 경우 그 부담이 그제야 대출을 사용한 주택 소유자들을 압박하게 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금리가 올라가서 경매물건이 늘어나는 것은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2022년 6월 28일 기준 서울 소재 아파트 경매물건을 보자. 서울 전체에 아파트 경매 물건 수는 이날 기준 68건이다. 이 중에서 나홀로 아파트 또는 외형이나 규모상 아파트가 맞나 싶은 물건을 제외하면 30여건에 불과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즉 일반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대규모의 단지형 아파트는 그중에서도 많지 않다. 2023년 6월 13일 기준, 서울 소재 아파트 경매물건은 소폭 증가해 222건이다. 중대형 규모단지의 아파트도 소폭 늘었다. 다만 아직도 절대적인 양이 많지는 않다.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가 올라가는데 왜 이렇게 경매 물건이 적을까?

과거의 다른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2021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의 총수는 729건이다. 이것을 단순히 일평균으로 보면 1.99건이다. 그나마 이 중에서 매각까지 된 것은 총 320건에 불과하고 취하된 것이 208건(28.53%)이다.

2013년에는 어땠을까? 연간 총 4643건이었다. 일평균 12.72건으로 이 중 3070건이 매각됐고 608건(13.09%)이 취하됐다. 2013년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 안정된 지 한참 지난 시점이었다. 2008년에는 총건수 2801건 중 1391건이 매각됐다.

즉 “경기가 안 좋다”, “가격이 내려가고 경매물건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경매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한참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락기가 이미 시작된 경우에도 이러한 현상이 우리 눈앞에 느껴질 때까지 기다리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될 그 시점까지 시기를 늦추는 것이 괜찮겠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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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때도 시장이 아니라 주택을 매수 또는 임차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그 기간 전세나 월세 등 임차 가격이 같이 낮아진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시기를 기다린다고 하는 것은 막연히 짐작으로 하는 것보다 더 긴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시장이 아니라 나의 조건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경매물건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23년 10월 4일 기준 전국 아파트 경매물건 수는 2797건이다. 2024년 중에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더라도 한동안은 높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매물건 수는 향후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경매는 내 집 마련을 포함한 부동산투자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이다. 시세보다 낮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는 시작부터 자본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경매시장이 크게 열린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도 없는 사람이 내일부터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경매 참여의 문은 국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혹시라도 인수해야 할지 모르는 권리관계라든지 하는 불안 요소로 인해 쉽게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장차 열리게 될 경매시장 참가를 위해 지금 당장 경매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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