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 ⓒ트레비스 킹 가족 제공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 ⓒ트레비스 킹 가족 제공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돌연 월북했던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이 27일(현지시각) 북한에서 추방돼 미국으로 송환됐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킹 이병은 이날 새벽 북중 접경지역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킹 이병은 이후 국무부 (전용기인) 아흐메드 항공기에 탑승해 중국 단둥에서 신양으로 날아갔고, 다시 신양에서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해 국방부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밀러 대변인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킹 이병은 한국에서 다시 미국 샌안토니오의 브룩육군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미 CNN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보도했다.

추방 발표는 킹 이병이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지 71일 만이다.

통신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월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일반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1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공동취재사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일반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19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공동취재사진)

킹 이병은 지난 7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월북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인 한 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며 “북한이 현재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견학을 하던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라고 밝혔다.

2021년 입대한 킹 이병은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최근 풀려난 전적이 있으며 추가 징계를 위해 텍사스 포트블리스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킹 이병은 당초 비무장지대(DMZ)와 1시간30분 거리인 인천공항 보안검색대까지 호송됐으나, 비행기에 타지 않고 판문점으로 향하는 견학 그룹을 따라가게 됐다. 자세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역 미군이 탈북한 것은 거의 반 세기 만에 처음이다. 이전 사례로는 지난 1965년 DMZ에서 근무하다 월북, 이후 납북 일본 여성과 결혼한 '최장 탈영병' 찰스 로버트 젠킨스 사건 등이 있다.

지난 2017년 사망한 젠킨스는 그보다 앞서 월북한 제임스 조지프 드레스녹 등과 제리 패리쉬, 래리 앱셔 등과 함께 생활하다 북한 선전 영화 등에 출연, 이후 다시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킹 이병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으로 월북했다고 말했다고 북한이 밝혔다.

지난 8월 16일 킹에 대한 첫 언급에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킹 이병이 “관광객들과 판문점 JSA를 돌아보던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계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측 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근무 중에 있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고 전했다.

북측은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에 불법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트래비스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 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물밑 대화

[커노샤=AP/뉴시스] 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의 할아버지 칼 게이츠가 19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손자의 사진을 옆에 두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킹 이병은 18일 한국 비무장지대를 여행하던 중 월북했다.
[커노샤=AP/뉴시스] 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의 할아버지 칼 게이츠가 19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손자의 사진을 옆에 두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킹 이병은 18일 한국 비무장지대를 여행하던 중 월북했다.

킹 이병의 추방과 관련된 국가는 당사국 미국과 북한 외에 스웨덴과 중국 등 이다.

CNN에 따르면 킹 이병은 추방된 뒤 북중 접경지역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만났다.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킹 이병이 북한 내에서 단둥까지 차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북한 내의 동선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에 따르면 킹 이병은 중국 단둥에서 신양으로 날아갔고, 다시 신양에서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해 국방부로 이송됐다.오산에서 미국 샌안토니오의 브룩육군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밀러 대변인은 스웨덴이 협상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킹 이병이 처음 월북했을 때 우리는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다"며 "그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접촉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스웨덴과 대화를 나눴으며 스웨덴이 이를 전하고 협상을 도왔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성명을 통해  "북한 내에서 미국을 위해 보호력을 발휘하는 외교적 역할을 해준 스웨덴 정부와 킹 이병의 이전을 도와준 중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 내 협상 상대에게 직접 연락해 감사를 표했다.

강도 높은 외교전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미국은 킹 이병의 석방을 위해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예상과 달리 킹 이병을 풀어주면서도 별다른 요구나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킹 이병의 안전한 귀환과 관련해 어떤 양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 관리들은 킹 이병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이송된 뒤 미국 구금으로 이어진 과정에 여러 국가 간의 '강도 높은 외교(intense diplomacy)'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 고위관리를 인용해 "여러 미국 정부 기관과 관련된 몇 달 간의 노력의 절정"이라고 전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킹의 송환을 위해 노력해 준 미 육군, 주한미군, 국방부와 중국 및 스웨덴 정부에 대해 "그들의 도움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몇 주 전 스웨덴으로부터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킹 일병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과 북한간의 간접적이지만 강도 높은 협상이 진행됐고 중국과의 직접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킹 추방은 북한에서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과 비교된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된 상태에서 강제노동 15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일주일도 안 돼 심각한 뇌 손상으로 숨졌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미관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오랫동안 단절된 북미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돌파구의 신호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화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더 힐(The Hill)은 미국 관리들은 킹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수개월 동안 일했으며, 지난 몇 주간은 북한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그 군인이 안전하고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외교적 노력은 향후 북한과의 대화 채널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힐은 분석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번 사건은 관계가 경색될 때도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가능한 어떤 추가 외교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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