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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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에는 모든 게 광속이다. 아파트값도 생각보다 반등세가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4.41%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은 11.17%, 수도권은 7.57% 각각 상승했다. 데드 캣 바운스 논란을 불식시키고 남을 수치다. 하지만 지방은 올해 들어 7월까지 1.25% 상승에 그쳐 지역별 양극화가 극심했다. 시장은 어느 정도 관성의 법칙이나 경로의존성이 존재한다. 지금과 같은 반등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8월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치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전국 0.53%를 비롯해, 서울 0.64%, 수도권 0.71%, 지방 0.34%로 각각 나타나 반등 추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등세는 좀 약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미 급매물이 많이 팔리고 대출금리가 오르는 데다 역전세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의 일부 대출상품 판매 제한 조치도 시장에선 악재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 반등은 대출 증가가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금융변수로는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미국 기준 금리, 가계대출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M1은 1년 새 12.2% 줄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10% 늘어나던 M2는 1년 새 2.5% 증가에 그쳤다. 우리나라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준 금리는 여전히 고공비행이다. 금융변수를 볼 때 호재가 별로 없지만 가계 부채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핵심 변수가 되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판매 중단, 50년 만기 대출 제한 등 대출 제동은 수요를 일부 둔화시킬 것이다. 정부가 추석 이전 내놓은 공급 활성화 대책도 변수이지만 매매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로선 시장에 악재와 호재가 시소게임을 하는 양상이다.

아직 기대심리가 꺾어지지 않아 당장 아파트 시장 흐름은 약세보다는 상승세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공급 부족 불안 심리, 고분양가 후폭풍을 감안할 때 가을에는 곧바로 하락세로 진입하진 않을 것이다. 추석 이후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 속 소강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수요부진이 지속되면 연말 이후 아파트 가격 약보합세는 나타날 수 있으나 큰 폭의 하락세는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파트를 꼭 사야겠다면 전망보다 가격 메리트를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낫다. 즉 시황이나 전망은 잘 안 맞으니, 그들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얘기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산다면 고점(2021년 10월) 대비 25~30%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투자자라면 앞으로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충분히 싸게 살 기회가 또 올 것이다.

아파트 시장과는 달리 빌라,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8월 연립, 다세대 주택의 실거래가지수 8월 잠정치가 큰 폭 하락으로 하락했다. 전국 기준 올해 들어 7월까지 연립, 다세대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14% 올랐다. 하지만 8월 잠정치는 -1.22%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누적된 반등치를 다 까먹을 판이다. 비아파트시장에서는 빌라 사기 여파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아파트 투자는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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