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취업 시장 열리며
‘생활기록부 조회’ 유행 가열
한때 정부24 마비되기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번 달부터 하반기 취업 시장이 열리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생활기록부 조회’가 유행 중이다. 특히 이들은 생활기록부에서 담임교사가 직접 쓴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항목에 관심을 보였다.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한 이들은 자존감이 올라갔다는 반응이다.

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초·중·고등학교 교과 성적, 수상 내역, 생활 태도 등을 담은 공식 문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해 ‘진로지도사항’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기록한다. 생활기록부는 대학입시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사는 학생의 문제점보단 장점·잠재력 등을 위주로 작성한다.

SNS에는 자신의 생활기록부 인증하고 공유하는 게시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9일 오후 5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생활기록부 #생기부를 검색하면 각각 1만1000여개, 1만6000여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직장인 전수빈(27)씨는 10년도 더 된 자신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읽으며 긍정적인 기운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씨는 “지금과 달리 어렸을 땐 외향적이고 꿈도 많은 밝은 아이였다”며 “이직을 계획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 하는가’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 요즘 우울했는데 생기부를 읽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저뿐 아니라 많은 학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세하고 정성껏 기록해 주신 담임선생님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일 기준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에서 최근 3개월간 ‘생활기록부’, ‘생활기록부 조회’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하반기 취업 시장이 열리는 올 9월 초·중순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사진 =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 화면 중 일부
19일 기준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에서 최근 3개월간 ‘생활기록부’, ‘생활기록부 조회’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하반기 취업 시장이 열리는 올 9월 초·중순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사진 =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 화면 중 일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으려면 졸업한 학교의 행정실에 직접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동사무소의 창구를 방문해 모교에 팩스를 요청해야 했다. 지하철 역사 내 동사무소의 무인민원 발급기를 통해서도 인쇄할 수 있지만 일정 분량 이상의 서류는 불가능하다.

지난 6월 21일부턴 2003년 이후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을 수 있다. 1984년생부터 온라인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정부24’를 통해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은 사람 대부분이 젊은 세대다. 생활기록부를 발급하려면 정부24 홈페이지(https://www.gov.kr/portal/main/nologin)에 접속해 ‘생활기록부 발급’을 검색한 뒤 민원 신청을 한다. 공인인증 절차만 거치면 바로 조회와 출력이 가능하다.

이달 초엔 생활기록부 발급이 크게 유행하면서 정부24 홈페이지가 지난 7일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통 이후 정부24를 통해 학교 생활기록부를 발급한 건수는 지난 6월 2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총 154만6408건이다. 지난해 7~9월 발급 건수는 46만7182건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148만877건으로 급증했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취업 안내도를 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원전 생태계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취업 안내도를 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같은 생활기록부 열풍은 올해 하반기 취업 기점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기준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에서 최근 3개월간 ‘생활기록부’, ‘생활기록부 조회’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하반기 취업 시장이 열리는 올 9월 초·중순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취준생 이창준(26)씨는 “기업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 최근 초·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았다”며 “‘매사에 솔선수범한다’는 담임선생님의 평가를 인용해 서류와 면접에서 어필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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