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여성신문

연예인에게 필요한 ‘개념’은 어떤 것일까. 느닷없는 ‘개념 연예인’ 논란이 불거졌다. 발단은 자우림 멤버 김윤아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그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던 날 인스타그램에 ‘RIP(Rest in peace) 지구(地球)’라고 적힌 사진을 올리면서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고 적었다. 그리고는 “블레이드러너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방사능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이라며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일본의 방류를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 대표가 반박에 나선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최근에 어떤 밴드 멤버가 오염처리수 방류 뒤 ‘지옥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 걸 들었다”며 “개념 연예인이라고 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김윤아를 가리키며 비판했다. 김윤아야말로 ‘개념 없는’ 연예인이라는 야유였다.

내용을 뜯어보면 김윤아의 얘기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일본의 오염수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를 하며 앞으로 철저한 모니터를 하면서 관찰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각종 기관들의 해수 조사에서 정상치를 벗어난 사례는 없었다. 여러 우려를 감안해도 ‘지옥이 생각난다’고까지 한 것은 자신의 가정에 따른 극단적 표현이다. 

 

그렇다면 김윤아의 발언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대중 연예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꺼내진 얘기니까 그 공간에서의 토론으로 진행되면 된다. 하지만 비판의 주체가 여당 대표가 되면 의미는 달라진다. 선수 간의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 대표가 나서서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집권여당이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윤아가 올린 글에 극단적인 단정과 표현이 담겼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연예인이 자신의 인스타에 올린 글에 대해 여당 대표가 반박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무슨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여당 대표까지 개입하여 서슬퍼렇게 비판하는 것은 과잉대응으로 비쳐진다. 자칫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의사의 표현을 제약하는 정치권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있다.  

배우 이영애.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이영애. ⓒ뉴시스·여성신문

단지 김윤아의 경우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되는 입장의 언행으로 역시 곤욕을 치른 연예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배우 이영애씨는 최근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50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는 과(過)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이 우뚝 솟아 있게끔 그 초석(礎石)을 단단히 다져놓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보수층은 환영했지만 온라인의 진보층에서는 온갖 인신 공격이 쏟아졌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각자의 입장과 상관없이, 이영애의 그런 언행 또한 그렇게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아닐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고, 연예인이라고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심지어 가수 노사연씨는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 조문을 갔다는 이유로 부친의 과거 행적까지 추궁 당하는 등 정치적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무슨 정치적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고인을 애도하러 갔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비판을 받은 것이다. 연예인들의 언행에 대한 수용의 잣대가 ‘어느 편’이냐가 되는 것은 씁쓸한 광경이다. ‘개념 없는 연예인’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가 개념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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