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10.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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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면 어쩔 수없이 30분에 한번 씩은 묶음 광고를 접하게 된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매체 구분 없이 프로그램편성시간의 20%를 광고에 할애할 수 있어서다. 방송국은 1시간 동안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최대 12분까지를 광고방송으로 채우며 1분짜리 중간광고 묶음을 2회까지 내보낼 수 있다. 그러니 시청률이 높은 인기 있는 주말연속극이나 연예오락물을 본다면 프로그램 앞뒤 10여 편의 묶음광고 외에 중간광고를 두 차례나 봐야 하므로 시청자는 광고와 밀접한 관계아래 있다고 할 수 있다.

TV광고는 기업 PR과 판매 촉진이라는 기능을 넘어서 대중문화를 보여주는 매체이기도 하다. 광고 한 편은 15~20초짜리로 압축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촬영기법이나 편집방식, 사용된 배경 음악 등은 짧은 뮤직비디오처럼 재미있어 정보전달을 넘어 오락수단으로도 떠오른다. 광고에 출연한 모델이 최근 대중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인기 있는 인물임을 알려주고, 광고모델의 의상과 분장, 머리모양, 라이프스타일 등이 유행되기도 한다. 그가 출연한 광고상품이 매출을 늘리는데 직접 연결되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특히 최근엔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작한 최신 경향을 담은 선도적인 영상들을 보여주기에 광고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최근의 국내 TV광고를 보노라면 영문 자막과 영어대화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기업들의 범세계적인 광고가 한국에서도 많이 방영되어서다. 커피브랜드 네스프레소,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널드, 탄산음료 브랜드 코카콜라와 펩시, 아우디 자동차, 샤넬 향수 등의 광고를 보면 출연진이 대부분 외국인이며 대화도 영어로 한다. 한글번역자막이 소개되지만 순식간에 지나가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가 쉽지 않다.

국내 대기업의 광고도 영어사용이 많다. 수년전부터 세계화된 자동차 광고를 보며 그 세련됨에 호감을 가졌으나 최근엔 광고에 외국어와 영어표현이 지나치게 많아 거부감이 일 정도다.

지난해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공동작업을 통해 제작한 광고는 ‘Would you 22?’란 이벤트성 자막을 화면 한 가운데에 띄워 재미와 참신함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도 삼성전자는 폴더폰 광고에서 ‘Join the flip side’란 자막을 띄웠다. 광고를 하는 기업이 모두 글로벌 기업이고 전 세계를 한국 상품의 시장으로 여기고 있어서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피부미용기, 전기안마의자, 자동차 타이어, 침대 매트리스, 건강보조제, 화장품 등 일반소비재의 이름이 영어자막으로 표기되는가하면 맥주의 상품명도 모두 영어표기다. 소화제나 잇몸치료제는 제약회사 이름을 영어자막으로 표시한다. KB금융그룹은 연작광고를 제작해서 방영하며 말미에 다음 편을 예고하는 ‘To be continued’란 자막을 띄우고 있다.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은 순 우리말로만 제작한 광고를 찾는 일이 어려울 만큼 거의 대부분의 광고 속에 영어가 섞여 있다.

TV 방송은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 등 다른 매체들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월등히 크다. TV광고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도 강조된다.

광고시장에서 디지털환경에 친숙한 MZ세대(10대 후반~30대)의 생각과 특징을 중시하여 광고를 제작하더라도 실제 소비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X세대(1965~1979년생), 그리고 지상파방송의 주시청층이기도 한 산업화세대와 노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광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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