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일 오전 작품 철거 작업

5일 오전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대지의 눈’이 파쇄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5일 오전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대지의 눈’이 파쇄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가 5일 오전 서울 남산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추모 공원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상씨의 작품 2개를 철거했다. 2016년 시민 2만여명의 성금으로 마련된 기억의 터는 조성 7년 만에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는 5일 오전 6시 15분부터 포클레인 한 대와 대형 트럭 세 대를 동원해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당초 전날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여성·평화단체와 시민들의 철거 반대 집회로 철거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날 ‘기억의 터’ 작품 2개를 철거하며 서울 시립 시설 내 임씨 작품 6개를 모두 철거했다. 

서울시는 ‘기억의 터’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논의해 같은 공간에 새 작품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진위는 “작품이 철거되는 순간 기억의 터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개의 작품은 기억의 터를 이루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부지에는 작품이 철거되고 나면 공간은 텅 비게 된다. 

추진위는 “‘기억의 터’는 임옥상의 것도 서울시 것도 아니며, 오직 국민들의 정성과 마음을 모아, 국민 모금으로 세운 것”이기에 서울시가 성급하게 철거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기억의 터는 국내 최초의 위안부 추모공원(1200㎡ 규모)으로 각계 시민들로 구성된 추진위가 시민 1만9755명으로부터 3억4712만 원을 모금해 건립 기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부지를 제공했다. 

5일 오전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세상의 배꼽’이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5일 오전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세상의 배꼽’이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작품 역시 임옥상씨 개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추진위 설명이다. ‘세상의 배꼽’에는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씨의 큰 그림과 서명이 새겨져 있으며, ‘대지의 눈’은 다섯 권의 증언록에서 발췌한 ‘할머니들의 증언’, 처절한 삶을 딛고 인권운동가로 거듭나신 피해자들의 명단,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가는 소녀’가 새겨져 있다. 이들은 “임옥상의 개인적인 과오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과 이름, ‘잊지 말아달라’는 아픈 증언까지 깨부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추진위는 숙의로 대안을 마련한 후 작품을 신중하게 처분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시는 지난달 초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임씨의 작품에 대해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억의 터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가 주장하는 ‘조형물에 표기된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3.8%에 불과하다며 시민 여론을 철거의 근거로 제시했다. 시는 철거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릴 조형물을 재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임씨는 2013년 8월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피해자는 임씨가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직원이었다. A씨는 지난 6월 강제추행 공소시효(10년)를 두 달 남기고 임씨를 고소했다. 임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달 24일 양형 부당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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