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추행 임옥상 작가 참여 작품 철거 결정
추진위 “시민 성금으로 집단 창작” 철거 반대

일본군위안부 기억의터 조성추진위원회는 지난 29일 남산 통감관저터에서 일본군위안부 기억의터 제막식을 거행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2016년 8월 29일 서울 남산 옛 통감 관저 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서울시가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미술작가 임옥상씨의 조형물을 철거한다.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되며 철거작업은 4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기억의 터’ 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지난달 31일 낸 공작물 철거금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월28일 시립 시설에 설치·관리 중인 임씨의 작품을 1심 판결이 난 뒤 철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1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9일 ‘기억의 터’ 제막식 후 시민들이 작품을 둘러보는 모습.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2016년 8월 29일 ‘기억의 터’ 제막식 후 시민들이 작품을 둘러보는 모습. ⓒ여성신문

서울 시립 시설에 설치된 임씨 조형물은 △중구 남산 ‘기억의 터’ △시청 서소문청사 앞 ‘서울을 그리다’ △마포구 하늘공원 ‘하늘을 담는 그릇’ △성동구 서울숲 ‘무장애놀이터’ △종로구 광화문사역 안 ‘광화문의 역사’ 5개다. 이중 ‘광화문의 역사’, ‘서울을 그리다’, ‘하늘을 담는 그릇’은 이미 철거가 완료됐다. 

이 가운데 위안부 추모 공간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철거를 두고 반발이 일고 있다.

‘기억의 터’ 조성 모금에 참여했던 시민 100명은 1일 “서울시는 ‘기억의 터’의 장소성과 역사성, 시민참여의 가치를 외면한 채 성급한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며 철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조형물은 임씨 개인의 창작물이라기보다 집단의 의지를 모아 조성한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추진위는 “‘기억의 터’는 임옥상의 것도 채무자(서울시) 것도 아니며, 오직 국민들의 정성과 마음을 모아, 국민 모금으로 세운 것”이라며 “독립된 공작물로 추진위가 서울시로부터 부지 사용승낙을 받아 일반시민들이 관람 및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는 추진위 소유이거나 최소한 추상적인 서울 시민들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의 터는) 서울시의 일방적 처분권 대상이 되는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곳에 설치된 ‘세상의 배꼽’에는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씨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대지의 눈’에는 김복동 할머니의 요청으로 ‘위안부 증언록’ 5권에서 발췌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명단,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가는 소녀’가 새겨져있다. 

추진위는 “임씨의 과오 때문에 할머니의 그림과 이름, ‘잊지 말아달라’는 아픈 증언까지 다 깨부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역사는 지키고 개인의 잘못은 따로 따지고 싶다. 대책없이 철거한다면 반드시 2만여명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2016년 남산 옛 일제강점기 통감 관저 자리에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이곳에 설치된 조형물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은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을 강제추행해 지난달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임옥상 작가가 설계·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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