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9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포로홉스코예 묘지에서 바그네르 용병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장례식이 끝난 후 그의 묘지에 꽃이 놓여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9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포로홉스코예 묘지에서 바그네르 용병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장례식이 끝난 후 그의 묘지에 꽃이 놓여 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장례식이 29일(현지시각)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묘지에서 비공개로 열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언론 담당은 이날 텔레그램에 “프리고진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그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포로홉스코예 묘지로 가라”는 글을 남겼다. 타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유족의 뜻에 따라 프리고진의 장례식에는 가족과 친구들만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두 달 만인 지난 23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바그너 전용기에 탑승했다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사고로 프리고진과 그의 참모 2명, 경호원 4명 등이 목숨을 잃었다.

바흐무트 점령해 바친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큰 공을 세웠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용병은 지난 5월 23일(현지시각) 동부의 바흐무트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6월에 러시아군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한달만인 6월 23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축출하겠다는 구실로 반란을 일으켰다. 모스크바에서 1100km 떨어진 로스토프시까지 진격했으나 병력을 되돌려 벨라루스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행방이 묘연했으나 8월 23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제트기에 타고 있다 제트기가 트베르 지역에 추락하면서 숨졌다. 

바흐무트를 점령해 푸틴에게 바친 지 석달만에, 반란을 일으킨 지 두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지난 2010년 9월 20일(현지시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학교 생산시설 공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지난 2010년 9월 20일(현지시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학교 생산시설 공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잔인한 용병 수장으로 알려진 프리고진은 지난 2001년부터 푸틴과 맺었다. 프리고진은 푸틴이 대통령에 오른 후 당시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와 '뉴 아일랜드'를 찾았을 때 푸틴을 처음 만났다.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도 프리고진의 식당을 찾았다. 2003년부터 프리고진은 푸틴의 생일과 크렘린궁 연회 음식도 제공하면서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러시아 당국은 DNA 검사 결과 이유로 추락사한 10명 중에 프리고진이 포함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사망을 초래한 23일의 비행기 추락과 관련해 '고의적인 나쁜 행동'이 한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매일의 화상 기자 브리핑에서 실제 일어난 일과는 "다른 버전"이 존재한다면서 "말하자면 의도적인 악행" 등이 실제 원인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렘린은 25일 처음으로 프리고진 탑승 비행기의 추락을 언급하면서 추락에 크렘린이 연루되었다는 소문이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여객기가 기내에서 폭발을 일으켜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비조사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추락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미 정보당국은 여객기가 기내에서 폭발을 일으켜 추락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크렘린의 개입에 대한 추측을 "모든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 직후 "푸틴의 불명예스러운 전 측근이 반란을 시도한 지 두 달 만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때 세계가 곧바로 크렘린을 바라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의 사망으로 푸틴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다 의문사 한 러시아인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적어도 푸틴 정부와 관련된 14명이 폭력적이거나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망명한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러시아 정보요원이 건넨 홍차를 마시고 병원에 입원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위키피디아
러시아 정보요원이 건넨 홍차를 마시고 병원에 입원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위키피디아

1986년 국가안보위원회(KGB) 방첩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푸틴이 러시아 연방보안청(FSB) 수장을 맡고 있던 1998년에 연방보안청의 부패와 범죄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2000년에는 영국으로 망명했으며 망명 후에도 푸틴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체첸 반군의 공격을 배후 에서 조종했다고 폭로하는 등 푸틴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2006년에는 체첸에서 러시아군의 학살을 폭로한 후 의문의 죽음을 당한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콥스카야의 의문사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었다.

2006년 11월에 런던의 밀레니엄 호텔에서 친구이자 전직 러시아 정보 요원 2명과 만남을 가지고 귀가 직후 쓰러져 입원한 뒤 3주만에 숨졌다. 

부검결과 그의 체내에서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이 다량 검출됐다. 런던 경시청은 당시 그 가 홍차를 마시는데 사용한 잔에서도 폴로늄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호텔에서 만났던 안드레이 루고보와 드미트리 콥툰에 대해 러시아에 신병인도를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이 사건 이후 푸틴이 대접하는 홍차는 사양하는게 좋다는 말이 풍자되기도 했다.

반정부 기자·인권운동가 안나 폴릿콥스카야

반정부 기자이자 인권운동가 안나 폴릿콥스카야 ⓒ위키피디아
반정부 기자이자 인권운동가 안나 폴릿콥스카야 ⓒ위키피디아

안나 스테파노브나 폴릿콥스카야 러시아의 기자이자 인권 운동가였다. 

폴릿콥스카야는 생전 체첸 분쟁에 관련된 취재를 많이 했으며 1999년부터 죽을 때까지 '노바야 가제타'에 칼럼 형식의 기사를 실었다. 체첸 공화국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주민 학살이나 폭력 등 체첸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자주 실었다. 

체첸에서 취재 중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연행당해 고위 장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푸틴을 비판하기도 했다.

폴릿콥스카야는 2006년 10월 7일 집을 나서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사건의 범인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암살범에 대한 재판 중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으나, 별다른 증거가 없어 채택되지 않았다.

2011년 6월 31일, 러시아 정부는 안나 폴릿콥스카야의 살해 용의자인 루스탐 마흐무도프를 체포해 모스크바로 압송했다고 발표했다.

푸틴의 길에서 떠난 보리스 넴초프 

모스크바 한폭판에서 테러로 숨진 야당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 ⓒ페이스북
모스크바 한폭판에서 테러로 숨진 야당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 ⓒ페이스북

보리스 넴초프는 소련, 러시아의 정치인이자 각료로 정부에 맞서다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테러로 숨졌다.

1959년 10월 9일 소련의 소치에서 태어난 넴초프는 옐친 정권때였던 1991년 니즈니 노브고로드 주지사가 되었다. 1995년에 민선으로 주지사에 당선됐으며 1997년에는 1998년까지 제1부총리를 지냈다.

러시아 연방 대통령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으나 본인은 출마를 거부했다.

1999년에는 우파연합을 만들어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지했으나 푸틴이 권위주의, 독재의 길을 걸으면서 다른 길을 갔다. 넴초프는  반정부 운동을 시작했고 2003년에 본인이 속한 우파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자 대표에서 물러났다. 넴초프는 2008년 우파연합이 타 정당들과 합당하여 성장당이 될 무렵 당을 탈당했다. 

푸틴은 넴초프가 군소정당 소속으로 입지가 큰 정치인이 아니었음에도 그를 회유하거나 계속 행동을 통제하려 들었지만 넴초프는 듣지 않았고 야당의 길을 지속적으로 걸었다.

2015년 2월 27일에 모스크바 한복판 붉은 광장 인근에서 밤에 우크라이나인 여자친구와 길을 걷다가 등에 총탄 4발을 맞고 숨졌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그가 다리를 건너는 사이 갑자기 하얀색 승용차에서 괴한 여러 명이 내려 총을 발사하고 차에 다시 차를 탁도 달아났다.

그는 암살 전날 러시아 야권의 단합을 이야기했으며 3월 1일에 반푸틴 반정부 시위를 열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암살당하기 17일 전인 2015년 2월 10일에 "나는 푸틴에게 죽을까 봐 두렵다"라는 말을 남겼다.

병원에서 추락사한 러시아 석유재벌 라빌 마가노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석유재벌 라빌 마가노프 ⓒNEXTA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석유재벌 라빌 마가노프 ⓒNEXTA 트위터

러시아 에너지 재벌 라빌 마가노프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기업인 루크오일(Lukoil)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루크오일은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루크오일 측은 성명에서 "무력충돌이 신속히 끝나길 바란다"며 "비극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4세였던 마가노프는 6개월 뒤 병원 창 밖으로 추락해 숨졌다. 루크오일 측은 마가노프가 지병으로 숨졌다고 했으나,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가노프는 알려지지 않은 질병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으나 6층 창문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그가 떨어진 곳 근처에서 담배 한 갑이 발견돼 몰래 담배를 피우러 간 것으로 추정된다.

반정부 활동가 카라-무르자 징역 25년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카조-무르자가 2월 8일 모스크바의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카조-무르자가 2월 8일 모스크바의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지난 4월 푸틴에게 비판적이었던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반역죄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자에게 내려진 가장 가혹한 가장 가혹한 형벌이었다.

오랜 야당 정치인이자 역사가이자 활동가인 카라-무르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러시아에서의 삶'이라는 글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 일부는 옥중에서 썼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아직도 러시아에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비판자 중 한 명이었다.

WP에 따르면 카라-무르자는 자신이 체포된 것은 "현재의 러시아에서 목소리를 높인 대가"라고 말했다

카라-무르자는 독살 위기를 두 차례나 넘겼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부인은 2015년과 2017년에 독극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후에 크렘린이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은 개입을 부인했다.

카라-무르자는 푸틴의 정적으로 여겨진 야당의 지도자이자 2015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암살된 보리스 넴초프의 최측근으로 지난해에 유럽평의회가 시상하는 인권상인 하벨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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