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는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에서 결정한 '서울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된다. 서울백병원은 31일 오후 5시 진료를 종료한다고 밝혔다.ⓒ뉴시스·여성신문

82년 역사의 서울 명동의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20년째 지속된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은 31일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2023년 8월 31일부로 진료를 종료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은 "저희 병원을 믿고 찾아주시는 환자와 보호자분께 불편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향후 진료의뢰서 및 의무기록 사본(영상기록 포함) 발급, 진료비 정산 및 반환 등이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은 이날 오후 5시 진료를 종료할 예정이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6월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고, 지난달 초 서울백병원은 모든 환자 진료를 8월 31일까지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입원 중인 환자들의 다른 병원 전원을 지원했고, 수련 중인 인턴들도 다른 지역 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체 검진·임상연구 등 의료사업도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총 5개의 백병원을 운영 중이다.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 300여 명도 지난 29일 자로 모두 다른 백병원으로 분산돼 발령을 받았다.

23명 가량인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으로, 9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발령이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백병원 교수 등은 이사회의 폐원 결정 과정에 법적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는 등 재단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와 일반 직원 등은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폐원은 만 82년만이다.

서울백병원 폐원의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도심의 상주 인구가 줄어드는 공동화(空洞化)에 2000년대 들어 서울에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병원이 잇따라 개원했기 때문이다.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에 비해 시설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백병원은 종합병원이지만 지상 주차 공간은 11대에 불과하고, 환자들은 주차타워(118대)를 이용해야 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의 의료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 폐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면서 이에 따른 상주인구 감소와 대형병원의 출현, 최근 20년 간 누적된 적자(1745억 원) 등으로 더 이상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앙대학교 필동병원(2004년)을 시작으로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제일병원(2021년)에 이어 서울백병원도 문을 닫았다. 서울 중구에는 대학병원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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