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애 안 낳겠다고 하는 여성들의 속내를, 정책을 만들겠다 모여 앉은 그대들은 알고 있는지. 당신들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산'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낭만적인 사랑과 행복한 결혼, 그리고 가정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으며 실천율도 꽤 높다. 그러나 아이는 현실이다. 적당한 낭만과 적당한 타협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냉혹함을 영리한 여성들은 알아버렸다! 여성들은 보육료 몇 푼 때문에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셋째아이를 낳을 생각은 추호도 없을 뿐더러, 몇 십 만원으로 해결되는 출산수술비를 벌자고 젊음을 희생할 의지는 죽어도 없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보호,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여성이 홀로 모든 노동과 고통,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높은 사회적 욕구와 자기에의 충족감을 국가는, 사회는 지원해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서 겪게 되는 실제적인 어려움들, 가령 임신이 실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제구조의 문제개선이라든지,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우선되는 사회적 인식전환, 대개 고립된 상태에서 경험되는 육아과정을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연결하여 지원을 받도록 하고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현실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거친 여성들(혹은 남성들)의 새로운 사회진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처럼 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그들의 욕구에 다가설 때 본질적인 문제해소가 가능해진다. 아직도 여자들은 애 낳는 기계로 인식되고, 돈 몇 푼에 흥정 가능한 무지한 집단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바라건대, 저출산의 상황을 경제적 논리가 아닌, 철학적이고 사회적·문화적인 접근으로 풀어내어 출산의 기쁨과 육아의 행복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 문화에 훌륭한 자산으로 녹아들기를 바란다.
조유성원 한양대 문화인류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