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견고해진 한·미·일 동맹...경제협력은 '부조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미국 언론은 '역사적인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과 추진 의지를 확고히 하는 역사적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은 세 나라 정상회의 정례화 등 중국의 경제 및 군사적 야망을 좌절시키기 위해 견고한 동맹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일과 중국·러시아·북한이 동맹으로 대립하는 신냉전(Neo-Cold War) 구도도 견고해 질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미국 내에서는 군사동맹까지는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일의 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으나 경제 협력은 그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외교적 꿈이 실현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캠프데이비드 회담이 끝난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맞이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꿈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그 꿈은 한국과 일본이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북중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태평양 민주주의 3국의 새로운 협력시대를 예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수년간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경제 및 군사적 야망과 같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3국 협력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NYT “이번 회의는 중국의 공격 행위에 맞서기 위해 역내 협력국 네트워크를 봉합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 이정표가 됐다”며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의견 합치는 (한일) 양국의 과거를 잊으려 노력한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CBS 방송도 “이번 정상회의의 목적은 역사적으로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일본과 한국 사이의 안보와 경제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긴장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으로 지난 1년간 빠르게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CBS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양국이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도록 촉구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 간 ‘다음 협력 시대’를 기대하게 됐다며 “3국 정상은 순탄치 않은 역사에도 태평양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인 세 나라 간 새로운 협력 시대를 예고하는 약속을 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회의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3국의 ‘공동 우려’(mutual concern)”라며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배경은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힘”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회의는 사실상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식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새 협력이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며 3국의 안보에 중요한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하지만, 막후에선 일본과 대만, 필리핀 해역에서 중국이 행한 (긴장) 고조 행위가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군사동맹 꿈꾸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에 대해 “앞으로 한·미·일 3국 협력체는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협의체)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기능하면서 확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우리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수 있는 3국 협력의 혜택과 이득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3국 협력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일 대화는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지만, 한·미·일 3국 정상들이 최소 1년에 한 번 모이기로 하며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한반도 역내 공조에 머물렀던 한·미·일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범지역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사실상 3국 군사동맹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국 정상은 회의 뒤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 ‘3국 협의에 대한 공약’을 통해 △협력의 다층적 제도화 △대중 견제 공조 △대북 방어 협력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 공조 △공급망 정보 공유 등 군사적·경제적 협력 의지를 밝혔다. 

대중·대북 견제 목적인 “정례적 연합훈련” 등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 약속이 핵심으로 꼽힌다. 북·중·러 또한 밀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돼, 동북아 전략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에서 "다년간의 군사 훈련 계획, 탄도 미사일 방어에 대한 더 깊은 조정 및 통합, 정보 공유 개선, 위기 커뮤니케이션 및 정책 조정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타임(Time)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나토와 같은 미국 주도의 아시아 방위 동맹은 "실현 가능하지 않으며, 필요하지도 않다"고 보도했다.

중국 "한·일은 미국 장기판의 '졸"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19일 영문판 칼럼에서 "한국과 일본을 미국 주도 체스판의 폰(동양장기의 졸)에 비유하며 회의 결과가 미국의 이익을 위한 한국과 일본의 희생으로 점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번 한미일 회의의 예술적 포인트는 실제로 '어떻게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속여 자발적으로 국익을 포기하고 신냉전의 최전선에서 미국을 지키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3국 안보협력은 북한을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이는 한반도를 '압력솥' 상태로 만들 것"이라며 "안보압박의 최전선은 한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며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미국의 소위 '확장억제'는 결코 한국에 진정한 안보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회의 전날 청와대가 '이번 회담의 목적이 대중국견제에 있지 않다'고 말 한것은 이번 회의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청와대가 잘 알고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이번 회의에 어떤 희망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NYT 는 이번 정상회의가 이른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국의 적의(rancor)를 심화시킬듯한 방위 합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일이 억제(deterrence)라고 부르는 것을 중국은 포위, 심지어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회의 결과로 나온 '한미일간 협의에 대한 공약'은 위기 상황에서 3국간의 신속한 협의, 정보 공유, 메시지 동조화, 대응 조율 등을 담았다.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상호방위조약이나 집단방위 조약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다.

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중국의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이제 중국은 (미국이) 필리핀 같은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면서 동맹 관계를 확대될 조짐들을 주시할 것"이라며 이는'인도-태평양판 나토'가 될 것이기에 중국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뤼차오는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신냉전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따로 가는 경제 협력

관세청이 집계한 올들어 7월까지 통관기준 수출입동항(확정치)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수출은 643억6400만달러로 1.1% 줄었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165억9300만 달러로 10.2% 감소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25.9% 감소한 700억84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420만3700만 달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286만1600만 달러로 각각 11.2%와 12.5% 감소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844만9300만 달러로 7.2%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보협력에 전력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적어도 경제(교역) 부문에서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일본과의 안보와 경제협력의 부조화속에 우리의 가장 교역상대국인 중국을 적대시하면서 경제이익의 실리도 놓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수출에 사당부분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보동맹은 현재까지 경제를 희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2%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일본의 GDP 성장률은 1.5%이다. 1분기에는 0.9% 성장했다.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은 0.6%, 1분기 성장률은 0.3% 이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경제에 대한 충격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교역만을 놓고 보면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압세우면서도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미국, 일본과의 교역이 우리 경제성장에 가장 큰 부분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안보와 경제의 부조화는 국제질서의 현실을 반영한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에 관한한 한국을 의식하지 않고 제갈길을 가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안보 협력이 한국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런 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부디렉터는 최근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프리뷰 포럼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큰 딜레마를 안겨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도 필요하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준 유예책은 오는 10월 전에 갱신되겠으나, 이는 정책적 해결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구제 조치다"며 "여전히 수출 통제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