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9

ⓒ여성신문
ⓒ여성신문

‘뉴스라인’ ‘뉴스데스크’ ‘뉴스 투데이’ ‘뉴스 브리핑’ ‘나이트라인’ ‘뉴스브리핑’ ‘뉴스룸’ ‘뉴스파이터’ ‘프레스룸LIVE’ ‘뉴스ALIVE' ‘뉴스퍼레이드’ ‘보도본부 핫라인’.

공중파 방송과 종합편성 방송의 중요 뉴스프로그램 제목들이다. 모두 뉴스라는 외래어에 영어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문패다, 하루 종일 보도관련 방송만을 내보내는 연합뉴스TV와 YTN의 뉴스프로그램 제목은 더욱 다양하고 화려하다. ‘라이브 투데이’ ‘뉴스포커스’ ‘뉴스센터’ ‘뉴스워치’ ‘뉴스 프라임’ ‘뉴스리뷰’ ‘뉴스 투나잇’ ‘뉴스라이더’ ‘굿모닝YTN' ’나이트FOCUS' '뉴스라운지‘ ’이브닝뉴스‘ ’뉴스N이슈‘ ’더 뉴스‘ 등 “외국어 홍수”를 만난 듯하다.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은 프로그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제작의도를 알리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설명하는 부분이어서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청여부를 결정할 때에 첫 번째 만나는 관문이기도 하다.

제목의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뉴스 내용에서도 시청자들은 자주 외래어와 외국어, 신조어들과 맞닥뜨린다.

때론 생소한 신조어를 몰라 자막을 유심히 봐야 하고, 사전을 찾아보기도 한다. 뉴스에 사용되는 언어는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다소 보수적인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고 중학 2년생 정도의 문해력이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답답함이 없지 않다.

한국인들은 정서적으로 영어 사용에 후한가 보다. 분명 대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영어 단어를 그대로 옮겨 쓰고 있다. 세대 간 언어이해의 격차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으나 “영어의 홍수”를 세계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쯤으로 생각하나보다.

‘핫플’은 핫(hot)+플레이스(place)가 합해진 말로 ‘뜨는 곳’ ‘인기 명소’의 뜻을 담고 있는데, 이를 줄이기까지 했다. ‘사법 리스크’와 ‘공급망 리스크’도 최근 자주 듣는 한-영합성어다.

온라인, 오프라인, 뷰(view), 디스플레이, 핀테크, 시너지, 인프라, 마스터플랜 등은 이제 어지간히 익숙한 외래어가 되었다.

일상생활언어보다는 전문용어에서 외국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스포츠보도에서 특히 전문용어가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미국의 메이저리그와 유럽프로축구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을 빠지지 않고 전하면서 스포츠용어가 많이 쓰인다. ‘볼 스피드(구속)’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느린 커브’ ‘커브’ 등, 담당 기자는 야구팬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강속구와 변화구를 표현하는 깊이 있는 전문용어를 쓸 수밖에 없는 어려움도 따를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시청하는 보통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방송언어가 가진 공공성이기도 하다.

이제 한글은 한류물결을 타고 글로벌한 소통언어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친숙해지기도 하지만 더러는 보도방송 시청을 통해 표준어를 익히려고 애쓰기도 한다.

뉴스가 시청자에게 전달되기까지에는 몇 차례 다듬고 걸러지는 과정을 거친다. 매개역할을 하는 기자와 앵커 등 전달자들이 쉬운 우리말 찾기에 노력한다면 취재원의 언어가 아닌 다듬어진 방송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언어는 사회에, 현실언어는 방송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