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어린이집·경로당 인근 둘레길 안전 무방비
관리 안 된 곳 많아 범죄 발생 우려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생태공원 둘레길에는 사망한 피해자를 기리는 꽃과 편지가 나무에 걸려 있다. 편지에는 “항상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억할게”, “거기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박상혁 기자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생태공원 둘레길에는 사망한 피해자를 기리는 꽃과 편지가 나무에 걸려 있다. 편지에는 “항상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억할게”, “거기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박상혁 기자

“요즘엔 낯선 남자가 다가오면 무서워 죽겠어요. 만날 다니는 곳인데도 선뜻 오기가 겁납니다.(60대 여성)”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공원 둘레길에서 대낮에 일면식도 없는 30대 여성이 강간살해당한 ‘신림동 성폭행’ 사건으로 무차별 범죄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범죄가 발생한 둘레길을 비롯해 초등학교·어린이집·경로당과 이어진 둘레길을 살펴보니, 방범용 CCTV가 단 한 대도 설치돼있지 않아 취약계층의 안전이 우려된다.

유족과 동료 교사에 따르면, 초등교사 A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 방학 기간 업무차 평소 다니던 둘레길을 통해 학교로 출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성폭행 피의자 B(30)씨는 해당 둘레길에 CCTV가 없는 것을 알고 A씨에 접근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발생한 둘레길에는 사망한 피해자를 기리는 꽃과 편지가 나무에 걸려 있다. 편지에는 “항상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억할게”, “거기선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대낮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생태공원 둘레길 ⓒ박상혁 기자
대낮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생태공원 둘레길. ⓒ박상혁 기자

꽃과 편지를 지나 초등학교까지 가는 데에는 10여분이 걸렸다. 초등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CCTV는 한 개도 없었다. 사건이 일어난 생태공원 둘레길은 인근 학교 학생들도 평소 체험학습을 위해 자주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둘레길 중에는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위험한 곳도 많았고, 주변 수풀이 우거져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르고 은신하기에도 적합해 보였다.

여러 갈래로 나뉜 둘레길은 경로당과 어린이집이 모인 동네에도 맞닿아 있다. 경로당 앞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만, 둘레길 입구부터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다. 어린이와 노인 역시 언제 범죄에 노출될지 몰라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박상혁 기자
여러 갈래로 나뉜 둘레길은 경로당과 어린이집이 모인 동네에도 맞닿아 있다. 경로당 앞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만, 둘레길 입구부터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다. 어린이와 노인 역시 언제 범죄에 노출될지 몰라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박상혁 기자

여러 갈래로 나뉜 둘레길은 경로당과 어린이집이 모인 동네에도 맞닿아 있다. 경로당 앞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만, 둘레길 입구부터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다. 어린이와 노인 역시 언제 범죄에 노출될지 몰라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생태공원 중심부로 가는 길에는 산불감시용 CCTV 두 대를 볼 수 있다. 산불감시용 CCTV는 평소에는 녹화를 하고 있지 않다가 방화범이 산불을 일으키면 녹화를 시작하며 화재경보를 알리는 소리를 낸다. 해당 CCTV의 촬영범위는 15m로, 방법용 CCTV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박상혁 기자
생태공원 중심부로 가는 길에는 산불감시용 CCTV 두 대를 볼 수 있다. 산불감시용 CCTV는 평소에는 녹화를 하고 있지 않다가 방화범이 산불을 일으키면 녹화를 시작하며 화재경보를 알리는 소리를 낸다. 해당 CCTV의 촬영범위는 15m로, 방법용 CCTV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박상혁 기자

생태공원 중심부로 가는 길에는 산불감시용 CCTV 두 대를 볼 수 있다. 산불감시용 CCTV는 평소에는 녹화를 하고 있지 않다가 방화범이 산불을 일으키면 녹화를 시작하며 화재경보를 알리는 소리를 낸다. 해당 CCTV의 촬영범위는 15m로, 방범용 CCTV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한편, 공원 중심부와 대로변에서는 몇 곳에서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관악구청에 따르면, 공원에는 총 31개의 방범용 CCTV가 설치돼있다. 그중 24개는 인근 주차장 등 관계시설에, 7개는 공원 내 큰 길가를 중심으로 설치됐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건이 발생한 둘레길 인근에 CCTV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설치과정의 어려움과 비용의 문제로 산 속에 CCTV를 촘촘히 설치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산속 둘레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현장을 찾았다. ⓒ오세훈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산속 둘레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현장을 찾았다. ⓒ오세훈 페이스북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사건현장을 방문해 골목길, 둘레길 등에 범죄예방디자인(CPTED)과 인공지능 CCTV 등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나, 시 차원에서 안전을 위한 대책과 그에 필요한 예산을 수립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예산 7400만원 전액 삭감을 주도한 최인호 국민의힘 관악구의원에 대한 대중의 비판이 거세다.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은 구와 경찰서와 협업해 범죄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을 선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사업이다. 이에 관악구의회 누리집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최인호 구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동희 한국셉테드학회 회장은 “범죄마다 차이는 있지만, 범죄예방디자인과 CCTV 설치는 범죄를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국가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금처럼 치안이 불안해지는 상황에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예산을 아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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