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삼성물산 등 15개 건설사 대표와 간담회
건설 현장 중대재해 잇따라…디엘이앤씨는 7번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최근 건설 현장에서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주요 건설사 대표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15개 건설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갖고 원청의 안전관리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의는 올해 전반적인 중대재해 감소세에도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 ‘e편한 세상’ 건설사인 디엘이앤씨(옛 대림산업)에서는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지하 전기실 양수 작업 중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일주일만인 11일에는 부산 연제구에서 하청 노동자가 아파트 6층 창호교체 작업 중 1층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디엘이앤씨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째다. 이로 인해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마창민 디엘이앤씨 대표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디엘이앤씨의 모든 시공 현장에 대해 일제 감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마 대표도 참석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됐다. 이날 사고는 9층 규모의 건물에서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사진은 붕괴사고가 발생한 신축 공사장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9일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됐다. 이날 사고는 9층 규모의 건물에서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사진은 붕괴사고가 발생한 신축 공사장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공정 진행에 따라 현장의 위험한 기계와 장비가 수시로 변하고, 참여하는 협력업체와 근로자가 달라지기에 안전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시공사는 예상되는 위험 요인별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근로자는 안전 수칙을 준수하면서 일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기본을 지키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원칙이 경영활동 전반에 착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주요 건설사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축이 아닌 이행”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했더라도 처벌 회피를 위한 서류를 양산하느라 현장점검, 교육 등 실질적인 활동을 소홀히 하면 중대재해는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이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본부와 지방관서 간 유기적 수사 공조 체계를 구축해 수사할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안성 공사장 붕괴로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2명 사망한 사고와 관련 “붕괴 예방 기준을 핵심 안전 수칙 중심으로 개정하겠다”며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붕괴 사고는 보다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적어도 대기업 시공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 미준수에 따른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고이기 때문”이라며 “성과가 나쁘면 원인을 분석하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부터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삼성물산과 호반건설, 태영건설이 안전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이후 참석자들이 ‘효과적인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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