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등학교 앞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한 교사가 사망한 20대 초등 교사를 애도하는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이수진 기자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한 교사가 사망한 20대 초등 교사를 애도하는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이수진 기자

지난달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 교사가 업무용 메신저(하이톡)로 다수의 학부모에게 민원 문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유족이 제보한 올해 3월 6일부터 7월 14일까지의 하이톡 문자 내용을 학인한 결과 "전체 학생 26명 중 각각 다른 10명의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놀림 혹은 폭행당했으니 확인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교사는 "학부모와 최선을 다해 소통, “제가 전화 드리겠다.”, “제가 미쳐 살피지 못 했다.”, “송구스럽다.”는 말 여러 학부모에게 반복했다.

사망 직전에는 알림장에 "용무가 있을 경우 학교 전화나 하이톡으로 연락 달라"는 문구로 보아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이 오는 상황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고인의 반에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학생들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울음이 터져 수업 참여를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었고, 교실과 급식실 등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과잉행동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고인은 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학생들 때문에 자기 자녀가 힘들어한다는 학부모들의 연락 역시 응대해야 했다. 노조는 “고인이 학생끼리 혹은 학부모끼리 사과를 중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락 추정했다.

하이톡에는 일명 ‘연필 사건’과 관련한 대화도 남아있었다. 고인이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지난달 12일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2일 피해자 학부모는 사진과 함께 고인에게 하이톡으로 ‘통화를 원한다’는 문자를 남겼다. 고인은 해당 학부모와 2차례 통화했다. 

가해자 학부모는 이날 오후 9시쯤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피해 학생은 등교하지 않았고, 고인은 피해자‧가해자 부모와 수업 중 수차례 연락했다. 가해자 학부모는 ‘마음이 편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고, 피해자 학부모가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날 오후 고인은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노조는 “고인은 문제행동이 있는 학생의 학부모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학생의 행동을 개선하고자 했다”며 “수업과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했던 고인에게 더해진 수많은 요구는 고인을 지치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고인과 통화한 학부모 등을 조사한 결과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4일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아직 입건한 학부모는 없다”며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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