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호 의원 “게임 속 역사 왜곡 심각” 국감발언에

“수출 효자상품에 찬물” 항의 전화·욕설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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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국내 게임업체의 '역사왜곡문제'를 제기하며 시정을 촉구했던 열린우리당 윤원호(사진) 의원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에 의해 세 차례나 협박 전화를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위 소속 윤 의원은 10월 4일 국감에서 “국내외에서 제작된 컴퓨터 게임이 우리나라 역사를 심하게 왜곡해 국가 이미지가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게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윤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만 소프트월드가 출시한 '한나라와 로마'에는 고구려가 야만적이고 악한 민족국가이며 정벌 대상으로 돼있다. '설가장'이라는 게임은 고구려를 악의 소굴로 그렸고, 고구려 섬멸이 게임의 목표로 설정돼 있다. 일본의 엘프에서 개발한 '라이무이로 전기담'에는 러일전쟁이 세계를 구하는 성전으로 묘사됐고, '대항해시대 외전'에는 거북선이 일본 군함으로 등장한다. 일본 케콤사가 출시한 '기무자 2'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거북선을 타고 하늘을 날며 지휘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출시된 '환상 삼국지'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응원단의 상징이었던 치우천왕을 악마로 묘사했다.

윤 의원에게 협박전화가 걸려온 것은 이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된 지 1주일이 지나서였다. 윤 의원은 “이틀 연속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며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과 죽고 싶으냐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40대로 여겨지는 남성의 거친 말투에 많이 놀랐다”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옮길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그 뒤에도 다른 형태의 협박이(?) 이어졌다. 윤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문화관광부의 한 고위직 관리는 '게임소프트웨어 수출로 한해 동안 우리나라가 벌어들이는 외화는 약 3000억원이다. 효자산업에 왜 찬물을 끼얹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털어놓았다.

윤 의원은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했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한편에선 왜곡된 역사를 토대로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수출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무리 외화벌이가 중요하다해도 전세계 수십만명의 게이머들이 우리 역사를 잘못 알게 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수치스런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현재 게임소프트웨어에 대한 심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맡고 있으나 지금까지 게임 내용을 심의한 적이 없으며 이에 대한 실질적 규제도 없었다.

한편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윤 의원이 공식적으로 게임 역사왜곡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10월 22일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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