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

박미나 작가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이 오는 10월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사진 김상태/에르메스 재단 제공
박미나 작가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이 오는 10월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사진 김상태/에르메스 재단 제공

1134종.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검정, 파랑, 녹색, 회색, 오렌지, 빨강, 보라, 흰색, 노랑 9가지 아크릴 물감을 모두 수집했다. 색색의 물감을 붓으로 얇게 펴 발라 평균 1.5cm 두께의 색띠를 그렸다. 9가지 가구와 연결했다.

박미나 작가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이 오는 10월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열며 데뷔한 박미나 작가는 회화의 기본 요소인 색채와 형태에 반영된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탐문하는 중견 작가다.

1999년 이래 작가는 집(House), 하늘(Sky), 색칠공부 드로잉(Coloring Book Drawing), 스크림(Scream), 색채 수집(Color Collecting), 딩뱃 회화(Dingbat) 등, 개념적으로 새로운 회화 연작을 다수 제안해 왔다. 문자 대신 간단한 이미지나 기호를 쓰는 ‘딩벳 폰트’를 활용한 작품 ‘딩벳 회화’(2007)는 기호가 부호화·도형화되며 새로운 의미를 낳는 데 초점을 맞춘 사회학적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2023) 연작은 작가가 20여 년 전부터 이어 온 작업 형식과 비슷하다. 회화용 물감, 가정용 페인트, 색연필, 볼펜, 화장품까지 다양한 안료를 모으고, 그 색들을 혼합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식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오렌지색 아크릴 물감을 수집해 그린 ‘오렌지 페인팅’(2002-2003)으로 유명하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 회색, 검정 등 다양한 물감을 수집해 색띠를 그리거나, 물감의 개수와 규모에 맞춰 도상을 고르고 칠하기도 했다(‘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2004).

박미나, 2023-녹색-소파,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57 x 290cm ⓒ사진 김상태/에르메스 재단 제공
박미나, 2023-녹색-소파,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57 x 290cm ⓒ사진 김상태/에르메스 재단 제공

이번 작품을 위해 작가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9가지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전부 조사하고 수집했다. 제조사 순서대로 1cm 두께의 색띠로 칠하고, 물감 숫자의 규모에 맞는 다양한 가정용 가구의 도형과 결합해 제시했다. 노동 집약적 결과물이자 물감과 재현의 역사에 대해 질문하는 ‘회화에 관한 회화’다.

에르메스 재단 관계자는 “전작과 형식적으로는 유사하지만, 물감과 관련한 산업 시스템과 물감의 명칭으로 지시되는 사회적 규약, 더 나아가 그림의 용도와 한국의 주거 문화 수준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시차만큼의 가시적인 변화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또 “공장 생산물인 물감을 혼합하지 않은 채 정한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적용한 스트라이프와 가구 판매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도형으로 구성된 박미나의 회화는 레디메이드 또는 미니멀 아트에 근접하며 회화의 조건에서 최대한 멀어진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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