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⑧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지난해 여름, 한 웹툰 카페의 공지문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유명작가의 사인회를 준비하며 발생한 시스템 오류발생에 대한 사과였다.

“OOO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한번 심심한 사과말씀 드립니다.”

이처럼 아주 평범한 사과가 문제가 된 것은 댓글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으로 ‘심심한 사과’가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른 결과였다.

‘심심한 사과가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하나도 안 심심해’, ‘마지못해 사과하는 건가?’ 등 의외의 반응이 나타난 것. 작성자의 의도는 분명, 깊이 반성한다는 심심(甚深)한 사과(謝過)의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음의 한글 <심심하다(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라는 의미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말엔 한자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한자어 비중이 57%나 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자어만도 30%대에 이른다. 그런데 왜, 검색왕으로 불리는 젊은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심심한 사과’에 대해서는 구글이나 네이버에 물어보지 않았을까? 청년들의 어휘력을 도마에 올려 21세기의 신문맹이라 비판하기에 앞서, 상투적 표현에 젖어있는 세대와의 소통거부를 드러내는 젊은 층의 익명성 의사표현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국내에 컴퓨터를 통한 SNS가 도입된 건 1989년(천리안)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포털의 이메일 서비스,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시간.공간을 초월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공유, 사회적 관계를 확대 해왔다. 2007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은 21세기 소통방법의 새 장을 열었다. 스마트폰이 컴퓨터환경을 대체하자 스마트폰에서 사용이 편리한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가 대중화됐다. 2010년 3월 출시한 카카오톡은 우리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친구초대가 쉽고 사진은 물론 실시간 동영상, 파일, 음악 등을 바로 공유할 수 있어서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동호회원 간에 대화는 물론 전화까지 쉽게 연결해줘 장년층은 물론 노년층도 신천지가 열린 듯 환호하며 이용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소셜미디어 실태조사(2021년 12월. 복수 응답)를 보면 우리국민의 97.2%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또 86.5%의 국민이 유튜브를 보며 70%가 네이버 카페 회원이며 58.5%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53.6%는 밴드에도 가입해 소통하고 있다. 부지런히 정보공유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다음카페,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라인, 아프리카TV, 틱톡, 텔레그램 등 사용미디어는 정말 다양하다. 매일 아침 수많은 인사말과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이 오가며 ‘좋아요’를 나타내는 반응과 이모티콘이 소비되기도 한다. 메시지를 읽은 후에 답변을 강요받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풍성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착시 현상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직접만나거나 목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감정의 공유엔 거리가 생기기 마련. 온라인소통에만 의존하다보면 맥락이 빠진 건조하고,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표피적인 관계에만 머물 수 도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에 가까운 사진과 내용이 많아 ‘자기과시와 비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현실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의 중장년층은 20대부터 SNS를 체험해온 세대다. 50대 이후 카카오톡을 접한 노년층과는 언어감수성도 확실히 다르다. 영어중심의 외국어, 신조어, 줄임말이 넘치는 SNS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검색하자. 당연히 청년층도 유행신조어보다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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