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상담사 평균임금 220만원, 45% 계약직
10명 중 4명 휴식시간 ‘1시간 미만’
휴게시간 부족·직무스트레스로 건강상태 심각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콜센터 상담사들이 방광염·성대결절·정신질환 등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평균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으로 아파도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일반 노동자 대비 2배 많았으며, 회사가 직접적으로 병가를 못 쓰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발표했다. 보고서는 민주노총이 지난 5월 콜센터 상담사 1278명(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소속 660명, 비조합원 6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근무환경은 최악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보고서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사의 44.9%는 계약직이며 그중 74.4%는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있었다. 보통 하청업체인 콜센터와 원청과의 계약은 2~3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상담사는 그보다 짧은 1년 단위로 계약한다는 점에서 콜센터 상담사가 극도의 고용 불안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사들의 월 소득(세금 및 4대 보험 공제 후)은 평균 220.6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성과급과 근속 수당 등을 모두 합친 값으로,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은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상담사도 200만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상담사들은 아이가 학원에 가고 싶어 해도 보낼 돈이 없어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담사들은 높은 업무량에 법정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 콜센터 상담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5시간, 10명 중 4명(39.4%)는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식시간이 ‘1시간 미만’으로 나타났다. 인입량(콜센터에 들어오는 콜 수)가 늘어나면 점심시간에도 전화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휴게시간 부족과 직무스트레스로 상담사들은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허리 통증, 만성피로 등을 호소했으며 방광염·성대결절·정신질환을 겪는 응답자는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에 10배에서 수십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에 걸릴 확률은 높은데 병가나 연차휴가를 내기는 어렵다. 응답자 중 39.2%는 아파도 출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17.2%)의 두 배를 넘는다. 쉬지 못한 주요 이유로는 ‘상사에 밉보일까봐’, ‘소득이 줄어들까봐’, ‘동료에게 미안해서’가 꼽혔다. 회사가 병가를 못 쓰게 한다는 응답도 13%에 달헀다.

자궁질환에도, 아버지 팔순에도 쉬지 못하는 상담사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열린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열린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현장에 참석한 상담사들은 본인과 동료 상담사가 겪은 사례들을 소개하며 콜센터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업무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김현주 수석부지부장은 “자궁질환으로 8년째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하루는 통증이 심해 화장실에 오래 있었더니 관리자가 화장실에 찾아오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여성암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동료 상담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미선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고용노동부본부 부본부장은 "동료 상담사는 아버지 팔순으로 가족여행이 계획돼있었는데 회사에 연차휴가를 요청했음에도 허용해 주지 않아 본인만 가족 여행을 못 가기도 했다"며 "아직도 연차계획서를 작성하고 당일 연차 사용 시 패널티를 적용해 성과평가를 낮게 받게 하는 센터들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조사결과를 분석한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콜센터 근무환경을 보면 근로기준법은 물론이고 산업안전보건법·모성보호관련법 등 법적 최소요건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런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같은 여성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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