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9명 만장일치 기각
직무 복귀 이상민 “소모적 정쟁”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충남 청양군 지천 제방 복구현장을 찾아 수해 피해복구 상황 점검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충남 청양군 지천 제방 복구현장을 찾아 수해 피해복구 상황 점검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야권이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고자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167일 만이다.

헌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법 위반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8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당 주도로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역공 나선 여권 “거야 횡포 심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헌재가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자 역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SNS)에 “헌재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거대야당의 일방적 횡포라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거대 야당이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하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반(反)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콘트롤 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하여,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67일 만에 즉시 직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개월의 과정을 ‘소모적 정쟁’으로 규정해 거대 야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끝까지 책임 묻겠다” 강한 반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TF 단장,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이해식 의원, 장 의원, 용 의원, 진 단장, 수어통역,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진성준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TF 단장,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이해식 의원, 장 의원, 용 의원, 진 단장, 수어통역,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진성준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부여군 부여읍 수해 현장에서 복구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는 다짐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번 헌재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상식과 괴리된 헌재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안전은 내팽개치고 정권 안전을 도모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를 헌재가 가로막은 꼴”이라고 규탄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159명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에도 여전히 계류돼있는 이태원참사특별법 심사를 서둘러 참사 1주기 전에는 반드시 특별법을 발동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특별법을 통해 현장 일선에서 꼬리 잘린 정부의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유감을 표했다. 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는 그 명확한 사회적 합의조차 무너져버린 암담한 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탄핵재판에 있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헌법상의 중대한 법익과 헌법 수호의 이익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따졌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국민 안전과 생명에 관한 정부의 책무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국민이 요구하고 국회가 결단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너무나도 소박한 또 정당한 요구를 사법부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